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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순천만경전철 이러다 사고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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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순천만경전철 이러다 사고 날라…

입력
2013.08.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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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덜컹덜컹하고 삐걱거리는 게 예전의 비둘기호 완행열차는 타는 느낌이랄까요. 또 차량 내부는 왜 이렇게 더운 건지. 완전 찜통이었어요."

15일 오전 9시30분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내 순천만소형경전철(무인궤도차ㆍPRT) 역사. 승강장에 들어온 전동차의 문이 열리자 상당수 승객들이 연방 맨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빠져 나왔다. 탑승객 김모(49ㆍ전남 순천시 연향동)씨는 "정원박람회 내 미래형 교통수단이라고 해서 타봤는데 차량 내부가 너무 덥고, 소음도 심한 데다 고장까지 나 솔직히 실망했다"며 "이래가지고 관람객들을 실어 날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혀를 찼다.

국제정원박람회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 첫 도입한 소형무인궤도차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차량 편의성도 떨어진 데다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부터 관람객들을 상대로 시범운행에 들어가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원박람회장과 순천만(순천문학관)까지 4.6㎞ 구간을 연결하는 무인궤도차는 포스코가 순천시의 민자유치사업에 61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미래형 친환경철도시스템. 6~9명이 탈 수 있는 택시 형태의 경량 차량으로, 고가 궤도 위를 시속 40㎞ 속도로 환승ㆍ정차 없이 첨단 제어장치에 의해 무인자동운전으로 운행되는 게 특징이다. 전기로 운행되는 만큼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차체 길이는 4㎙, 높이는 2㎙에 달한다. 특히 궤도 높이가 최고 4.6㎙에 달해 무인궤도차를 타고 순천만의 풍광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박람회장의 명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날 시범운행에 들어간 무인궤도차를 타 본 승객들 상당수는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차량의 안전성에 결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무인궤도차는 이름이 무색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요원의 수동 조작으로 운행됐다. 중앙관제센터의 무인자동제어장치가 고장 났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날 시험운행에는 제작 완료된 차량 27대 중 12대를 가동할 계획이었지만 기계 결함으로 4대만 투입됐다. 전날 치러진 시승식에서는 무인궤도차량이 승강장을 출발해 50㎙ 가량을 운행하다 갑자기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해 탑승객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또 다른 차량은 승강장에 도착한 후 문이 열리지 않아 직원들이 강제로 문을 여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차량 소음과 승차감 등 편의성도 낙제점을 면키 어려웠다. 일각에선 차량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실제 레일과 레일을 연결하는 신축이음인 익스펜션 조인트 부위(1,280곳)에서 덜커덩거리며 흔들렸고, 차량 실내 온도는 30도 가까이 올라가 냉방시스템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PRT시행사인 순천에코트랜스 측은 "무인궤도차량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건설승인조건과 제3자 안전인증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완전 밀폐형인 PRT가 폭염 속에서 정상운행되기 위해서는 바깥온도가 30도일 경우 PRT내 실내온도가 25도를 유지해야 하나 현재는 28도 정도로 어린이나 노약자가 탑승할 경우 안전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우려되는데도 시험운행을 강행한 데는 순천시가 정원박람회 흥행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폭염이 계속되면서 1일 평균 관람객 수가 1만 명 이하로 떨어지자, 시가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벤트성으로 무인궤도차량 운행이라는 카드를 동원했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몇몇 기술 결함과 안전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조충훈 순천시장이 무리하게 시운전을 요구해 운행하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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