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최근 작업 가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생산설비를 모두 가동하려면 최소 70명의 생산직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원은 40명뿐. 이 회사는 연매출 300억원이 넘는 중견업체로 직원 초봉은 월 240만원 내외로 동종업계 평균보다 30%이상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작업장에 알루미늄을 녹이는 용해로가 있기 때문에 온도가 높아 특히 여름에는 젊은이들이 쉽게 퇴직하는 경우가 잦고 구직자들도 취업을 기피한다. 올해도 30명을 채용했지만 대부분 사흘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 이 회사 김모 부장은 "숙련될 만큼만 꾸준히 일을 배우면 성취감도 있고 괜찮은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 텐데, 요즘엔 젊은이들은 하루도 못 버티고 퇴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불경기로 청년 구직난이 심각하지만 정작 제조업체들은 인력부족 현상을 호소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주요 제조업체에서 3만개의 일자리가 구직자를 찾지 못할 정도로 취업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14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7대 제조업에서 취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일자리가 2만9,800개에 달했다. 필요인력의 24.4%가 미충원 상태로,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를 제외한 전 업종(기계ㆍ디스플레이ㆍ섬유ㆍ전자ㆍ철강)에서 미충원율이 20%를 넘었다.
이들 업종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은 취업자의 높은 기대수준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미충원율이 가장 높았던 기계업종의 경우 ▦임금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 기대와 맞지 않아서(29%) ▦구직자 기피직종이어서(16%)가 미충원 발생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청년층 구직난도 동시에 심각한 수준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 취업자수가 지난해 7월보다 8만명 줄어 1년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30대도 4만9,000명 줄었다. 반면 전체 취업자(2,547만3,000명)는 지난해 동기대비 36만7,000명 늘었다. 전반적 취업상황은 나아지고 있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학력 수준이 높은 청년들이 일자리에 대한 정보부족과 간판을 중시하는 현상으로 이런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와 교육기관이 함께 젊은층이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수 중소기업 홍보, 취업 지원 서비스 활성화 등의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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