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세 증세 기준을 연봉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대폭 상향해 중위 소득자의 세부담을 대폭 낮췄으나, 세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증세기준 상향으로 당장 계획했던 세수에 구멍이 났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 일부에서 조차 '증세 없는 135조원 재원 조달'방침의 비현실성을 인정하고, 국민적 동의 아래 조속히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요지부동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4일 기자들에게 "증세도 없고, 이미 제시한 135조원 규모 복지 확대 역시 축소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박 대통령 복지 공약을 축소ㆍ수정할 계획이 없으며, 법인세율 인상 등 직접적 증세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주변에선 "부총리가 비현실성이 드러난 '증세 없는 재원 조달' 공약 완수를 고수하는 건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대다수 조세ㆍ재정 전문가들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양립할 수 없다"며 근본적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행 세수 구조를 유지한다면 박근혜 정부 5년간 공약실천을 위한 복지재원 135조원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은 국민 동의를 구해 세율을 올리든지, 당초 약속한 복지는 달성할 수 없다고 고백을 하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 한양대 교수도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5년간 18조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아무리 낙관적으로 계산해도 그 절반 밖에는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는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공법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공약 수정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비과세 감면을 정비해 복지 재원을 조달한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그 중에서 액수가 적은 비과세 감면에 집착하느라 물의를 일으켰고, 지금도 각종 부작용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증세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게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정치권 공동선언 및 '국회 복지증세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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