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이 14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를 각각 총괄하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입지도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공교롭게 이들은 남북대화의 산파 역할을 해오면서도 내부의 강경파에 밀려 발언권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남북관계의 경색이 길어지면서 ‘통일부_통일전선부’라인이 기를 펴지 못한 측면이 컸지만 공단 정상화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주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류 장관 체제에서 통일부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노출하는 등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인상을 몇 차례 노출시켰다. 류 장관이 개성공단 잠정중단 사흘째인 지난 4월11일 성명을 통해 대북대화를 제의했을 때만해도 우리 정부의 대북 공식대응 성격으로 해석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통일부 대신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통일부가 외교안보라인에서 ‘매파’들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했다.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실에 국방장관을 거친 김장수 실장 등 군출신 인사들이 포진하면서 청와대의 대북기조가 강경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7차 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끌어 냄으로써 류 장관이 이른바 ‘비둘기파’에 대한 견제를 극복하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상징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회담의 서명주체가 실무회담의 수석대표가 되는 바람에 류 장관이 부각되는 정도가 약화하긴 했지만 7차례의 지리한 회담 끝에 합의를 이끌어낸 류 장관의 숨은 공은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은 북한의 김양건 비서도 비슷하다. 개성공단 문제 등 대남현안이 풀리지 않자 김 비서는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수행원 명단에서 빠지는 등 경고를 받았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통전부가 남북대화나 교류협력 등 대남사업 전반을 관장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군부 강경파의 입김이 강화되면서 대남사업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김 비서의 북한 내 입지와 운명도 류 장관과 비슷하게 변곡점을 맞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3차 실무회담부터 교체투입된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의 공로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 2차 회담까지 수석대표를 맡았던 서호 전 단장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김 단장은 북측을 보다 강하게 밀어붙여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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