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사 탄생이 독점 금지법에 발목을 잡혔다.
미국 법무부는 13일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 합병 계약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거대 항공사 출현으로 항공 요금이 오르고 서비스 질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 3위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의 모회사 AMR과 5위 항공사인 US에어웨이스는 2월 110억달러(12조2,700억원) 합병에 합의, 2위인 유나이티드항공을 누르고 세계 1위 업체 등극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은 "오늘의 조치(제소)는 업체 간 경쟁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두 항공사 간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4개 항공사가 미국 항공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돼 업체 간 경쟁이 저하되며 따라서 항공 요금은 상승하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 베어 반독점 담당 국장은 "지난 6개월 간 면밀히 조사한 결과 합병이 성사되면 소비자들이 수백만달러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법무부의 제동이 의외라는 분위기다. 반독점 당국이 최근 5년 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의 인수 합병을 6건이나 승인했기 때문이다. 합병 승인을 낙관하고 있던 두 항공사는 공동 성명을 내 법무부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판단은 잘못됐다"며 "합병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그 파커 US에어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 안에 합병을 마무리 짓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입장도 완강하다. 빌 베어 반독점 부문 국장은 항공사들과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합병) 전면 중단만이 소비자를 위한 길"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독점 제재에 시동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1기 당시 금융위기 때문에 반독점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독점 기업 감시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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