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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판타지+청춘 학창 추억 가득한 달콤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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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판타지+청춘 학창 추억 가득한 달콤한 맛

입력
2013.08.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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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고 유치한데 귀엽고 사랑스럽다. 죽어서 귀신이 된 연인과 나누는 애틋한 사랑을 그린 '사랑과 영혼'이 여고 동창생들의 이야기인 '써니'를 만난 듯한 느낌이랄까. 스페인 영화 '고스트'는 엉뚱한 판타지와 달짝지근한 청춘물이 넘쳐났던 1980, 9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를 담은 작품이다.

불에 타 죽은 고교 동창 귀신들 이야기다. 미모의 젊은 교장 티나는 학교에 출몰하는 귀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귀신들은 1986년 졸업을 앞두고 교내 도서관 화재로 죽은 다섯 학생들. 마이클 잭슨이 죽은 것도, 조지 마이클이 커밍아웃을 한 것도 모르고 있던 아이들은 26년 만에 살아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살짝 맛이 간 사람 같지만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임 교사 모디스토가 그 주인공이다.

귀신이 이승에 남아 있는 건 한이 남아서라는 말에 모디스토는 아이들을 졸업시켜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임산부에서 반항아, 모범생, 날라리 등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아이들은 모디스토를 따라 학업을 재개한다. 미남 귀신과 문제적 소녀의 애틋한 로맨스도 모락모락 피어난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바로 저승으로 갈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갈 무렵 아이들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나며 흥미를 더한다.

'고스트'는 초등학교 앞 불량식품 같은 영화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달콤하다. 과자가 혀에 녹는 순간 10, 20년 전 추억이 스치듯, 오래 전 봤던 팝콘영화들이 떠오른다. 보니 타일러의 '토탈 이클립스 오브 더 하트'가 영화 속에서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귀신 판타지와 코미디, 청춘 학원물이 공존하는 영화다. 요즘 흔치 않은 조합이라 더 신선하다. 이야기 전개 속도도 빠르고, 코미디와 드라마, 판타지의 균형감도 좋다.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유치한 코미디를 구사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올해 열린 31회 브뤼셀 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금까마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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