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어리석은 속셈 때문에 자국을 전멸시킬 위험에 빠뜨리는… 전문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통제될 것인지 아니면 이성적인 길을 따라갈 것인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시점이 다가왔다… 무책임한 군국주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평화와 안보와 정의가 보장되는 새로운 질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국민을 잘못 이끌었던 당사자와 세력은 영원히 제거되어야 한다… 잔혹 행위를 가한 자를 포함하여 모든 전범자에 대해 엄중한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일본이… 재무장하여 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산업을 유지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위의 글을 읽은 독자는 아마 이 글이 일본에서 아베 내각이 들어선 후 특히 주변국 침략, 독도 문제,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에 관해 지속적으로 왜곡 및 망언 수위를 높여온 것에 대해, 나아가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타국에 군사적 반격을 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 확보용 개헌을 시도하고, 더욱이 '나치식 개헌'까지 언급하는 엄청난 상황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과 경고를 보내는 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위 글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68년 전 1945년 7월 26일,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독일 포츠담에서 미국 트루먼 대통령, 영국 처칠 총리, 중국 장개석 총통, 소련 스탈린 서기장 등이 서명한 '포츠담 선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포츠담 선언은 일본의 무모한 군국주의자들이 인류와 일본 국민에 지은 죄를 뉘우치고, 이 선언을 즉각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였다. 특히 "한국민이 노예 상태에 놓여 있음을 유의하여 앞으로 한국을 적절한 절차를 밟아 자유 독립 국가로 할 것을 결의한다"고 명시한 1943년 '카이로 선언'을 확인하면서 "카이로 선언의 모든 조항은 이행되어야 하고, 일본의 주권은 혼슈 섬, 홋카이도 섬, 규슈 섬, 시코쿠 섬과 연합국이 이미 결의한 바와 같은 소규모 섬들로 국한될 것이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의 독립을 재확인하였다.
이후 일본은 무모하게도 이 포츠담 선언을 거부하였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고, 소련까지 8월 8일 참전하게 된다. 결국 일본은 8월 10일 이 선언을 수락했고, 8월 15일 2차 세계대전은 완전히 끝나게 된다.
광복 68주년을 맞이한 오늘, 필자는 왜 다시 68년 전의 포츠담 선언을 언급하는가? 이 지구상에는 다케시마라는 섬이 존재하지 않는데, 일본인들만 계속 다케시마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일인은 '나치'라는 단어를 모욕으로 받아들이는데, 일본의 어느 지도자는 '나치'의 개헌 수법을 배우자고 하기 때문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독일의 브란트 전 총리는 1944년 일어난 폴란드 바르샤바 봉기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 앞에 무릎을 꿇음으로써 통렬하게 나치의 과거 만행을 사죄하였는데, 일본의 어느 최고 정치 지도자는 "침략에는 정의가 없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하기 때문이다. 2007년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여성의 성노예화에 대해 명백하고도 모호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식 인정하고, 사죄하며, 역사적 책임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는 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일본의 어느 유력 정치인은 "군인이 전쟁 나갔을 때 휴식을 취하려면 위안부는 필수적이다"라고 까지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본의 지도자들을 탓하지만, 솔직히 우리나라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속언이 현실로 증명되었던 국가보훈의 '후진 국가'였다. "국가는 영원히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은 말 그대로 구호에 지나지 않았고, 많은 고등학생들이 안중근 의사의 행적조차 제대로 모르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씀이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오는 광복절 아침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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