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 15층 유니온스퀘어에선 이색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과 TV드라마 PDㆍ작가들의 간담회였습니다. 업무 관련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이들은 대체 왜 모인 걸까요. 더구나 공무원들이 이들을 부른 게 아니라, 직접 여의도로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주제는 최근 드라마 트렌드였습니다. 사실 TV 드라마에서 사극이나 수사물 등 일부 장르를 제외하면, 특히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트렌디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은 대개 서울 도심에 위치한 대기업 직원이거나 '잘 나가는'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기가 핵심 스토리 라인이지요.
그러다 보니 지역기업, 중소기업은 TV드라마에서 '소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간혹 이런 지역ㆍ중소기업 중심의 드라마가 방영된다 해도, 주로 대기업 횡포에 시달리거나 불안한 재무구조, 낮은 연봉과 불투명한 미래 등으로 인해 주인공은 큰 고생을 겪고요. 드라마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생각할 때 지역ㆍ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산업부 관계자들의 판단입니다. 반대로 대기업 선호 경향은 더욱 커지겠지요.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지역기업 관계자는 "지방 대졸자 3명 중 1명이 수도권 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대기업 평균 이상의 연봉을 제시해도 인재 채용이 쉽지 않다"고 푸념했습니다.
이날 간담회 취지는 바로 이 지점이었다고 합니다. 지역ㆍ중소기업 관련 성공스토리가 TV드라마에서 보다 많이 다뤄진다면 이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 드라마에서 중소기업의 밝은 면도 다뤄달라는 게 PD와 작가들을 향한 정부의 부탁이었습니다.
좀 억지 같기도 합니다. 드라마 주제에 대해 정부 부처가 이런 요청을 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재들의 중소기업 외면이 오죽이나 심각하면 이런 간담회까지 갖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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