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청구한 대통령지정기록물 및 공공기록물 열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13일 발부됐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들의 실체가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게 되면서, 향후 압수수색 과정을 둘러싼 공정성 여부가 사건 해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은 이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17조4항2호를 근거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검찰이 열람만으로도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사본 압수는 허가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열람 시 원본이 손상될 염려가 있다고 해 대상물을 복제해 원본 대신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공공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사본 열람과 함께 자료 압수도 허가했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원본의 훼손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미징(원본에 대한 전자적 복사)을 통한 사본 압수를 허용했다"며 "대통령지정기록물보다 정보 관리 중요도가 낮아 관련법이 압수를 허용하도록 규정한 것에 따랐다"고 전했다.
법원이 영장을 모두 발부함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14일 일정을 조율해 이르면 16일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할 방침이다. 검찰이 압수수색 할 장소는 대통령 기록관과 서고,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 기록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 시스템 등 총 5곳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인원 20여명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면, 자료 조사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공정히 절차를 진행하면서, 회의록 유무 및 삭제 시기 등 정치권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완벽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날 같은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 2개를 청구한 것은 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돼 있는지 공공기록물로 분류돼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군사ㆍ외교 문제와 관련한 기밀이 포함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대통령 퇴임 후 최장 30년까지 열람이 금지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법원장의 압수수색 영장 또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일반 공공기록물의 경우 지법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기관장의 허가 없이도 열람이 가능하다.
앞서 검찰은 이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한 삼성SDS에서 매뉴얼을 확보해 시스템 접근법을 숙지했으며, 전산체계 등 프로그램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쳤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