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뉴타운ㆍ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과 추진위원회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정비사업 융자 예산이 지난달 모두 바닥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비사업 융자금은 '뉴타운 출구전략'의 하나로 재개발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주민 스스로 따져본 뒤 사업을 지속하길 원할 경우 시가 지원하는 예산이다. 이에 따라 시의 융자금을 바탕으로 사업 추진을 계획했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시가 시의회 장환진 도시계획관리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정비사업 융자 예산 95억8,300만원이 조합과 추진위 18곳에 모두 배정됐다. 이는 지난 3년간(2010~2012년) 평균 융자 예산 집행률이 13.3%에 머물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융자 신청이 사실상 종료 됐지만, 다수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긴급 융자를 호소하고 있다. 시의 조사에 따르면 59곳의 조합ㆍ추진위에서 요청한 융자금 규모는 원래 예산의 5.6배가 넘는 544억2,400만원에 달한다. 이들 중 자격요건을 충족해 융자 신청 준비를 마친 곳만 13곳으로 예상 신청금액은 126억원으로 올해 배정된 예산보다 많다.
이에 따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 8구역 조합, 용산구 한남 1뉴타운 조합, 강동구와 동대문구 추진위 등 5곳은 사업 중단 위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 고덕 택지개발지구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유시섭(56) 위원장은 "시가 사업을 포기하는 주민들에게 주는 '매몰비용'보다 약간 많은 돈을 지원금으로 책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시는 사업 성공을 위해 애쓰는 주민들에게는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융자금이 조기에 소진된 이유는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가 조합 등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던 관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의 융자 금리가 3.0~4.5% 수준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수요도 급증했다.
이에 대해 장환진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지난 연말부터 금리를 인하해 융자 수요가 늘고 건설업계가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시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면서 "시는 신청 준비를 마친 13곳에 대해서는 예비비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주택사업 특별회계에 잡혀있는 예비비 57억8,000만원 중 일부를 융자 예산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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