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를 죽인다고 일반고가 살아나나요? 우수 학생 선발권을 없애는 것은 자사고를 고사시키는 겁니다.”
13일 교육부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2015학년도부터 성적 우수자가 아니어도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성적 제한을 없애기로 하자 우수 학생을 선점할 수 없게 된 자사고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 김병민 중동고 교장은 “자사고는 수월성 교육을 위해 경쟁 원리를 도입한 것이고, 학교의 선발권은 자사고의 핵심”이라며 “성적 제한을 폐지하면 일반고와 구분되는 자사고의 이점이 사라지는데, 누가 일반고보다 3배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 자사고를 오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교장은 또 “일반고가 힘든 것은 학습의욕을 상실한 학생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학교나 과정을 만들어서 해결해야지 자사고를 무력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사고는 2010년 26개교가 운영을 시작해 현재 전국 49곳이 있다. 내년에 개교하는 충남 아산 지역의 은성고(가칭)까지 합하면 50곳이다. 애초의 도입 목적은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학생 선발과 교과 운영의 특혜를 악용해 입시교육에 몰입하는 학교들이 속출했다.
교육부는 성적 제한 폐지와 함께 입시교육에 몰입하는 자사고를 지정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교 교육, 인성 교육 등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특성화된 학교들은 유지된다”며 “결국 지정취소 여부는 입시교육이 주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는 자사고에 굳이 자녀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이지연(42)씨는 “지금까지 성적 상위 50% 이상, 공부하려는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자사고에 진학해 면학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비싼 등록금을 감수하고라도 보내려 했는데, 누구나 추첨으로 간다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졸업생이 막 나오고 있는데 정권 바뀌었다고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없애냐”고 수명 짧은 교육정책을 꼬집었다.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들면 자사고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는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등록금으로만 운영해야 해 이미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들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의 경우 매년 5~6곳이 추가 모집을 해도 정원에 미달해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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