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변 일대 백집이 너무 크다. 흑도 하변과 우상귀, 상변에 조금씩 집이 있지만 워낙 좌변이 커서 그냥 알기 쉽게 마무리가 되면 흑이 도저히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김형우가 1, 3, 7로 끊어서 뭔가 수를 내보려고 한 건 일단 시기적절한 시도로 보인다. 류수항이 8, 10으로 응수하자 11부터 15까지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면서 오른쪽 백 석 점(△)을 잡으려 한 것까지는 그런 대로 괜찮은 진행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류수항이 당장 △를 살리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고 16으로 한 발 물러섰을 때 김형우가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누가 봐도 A로 꼬부려서 강하게 맞서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정작 김형우가 선택한 건 1, 3이었다. 아마도 당시 김형우는 이 정도 이득만 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좀 더 쉬운 길을 택하려 했던 것 같은데, 바둑이란 게 원래 강하게 나가야 할 때 강하게 두지 못하고 반대로 몸을 움츠리면 오히려 탈이 나는 법이다. 류수항이 2부터 6까지 중앙을 선수로 정리한 다음 슬그머니 우하귀로 손을 돌려 10으로 툭 끊은 게 얼핏 생각하기 힘든 묘수다. 흑이 결정타를 맞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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