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50대 한국인 노동자가 최근 중동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신종 코로나바이러스'(중동호흡기 증후군ㆍMERS)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보건당국이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발열과 기침을 동반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감염자는 폐렴과 급성 신부전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박쥐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자 94명중 46명이 사망(치명률 48.9%)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환자 대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1만6,000명 이상의 한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사람간에 전파ㆍ감염된다는 점에서 국내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마덴지역의 알루미늄 공장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최근 감기증세로 현지 병원에 입원했던 김모(53)씨가 11일'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공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발주했으며 김씨는 하청업체에서 배관공으로 일했다. 7일부터 감기증상을 보였던 김씨는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10일 현지 병원에 입원했으나 이튿날 숨졌다. 증상이 나타난 지 열흘도 안돼 숨진 것이다. 양병국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고령이 아닌 53세의 근로자가 짧은 시간에 사망한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사망자의 증상 가운데 신부전증과 급성 폐렴에 따른 호흡곤란은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증상"이라고 밝혔다. 현지 병원의 진단서에는 김씨의 사인이 '혈관 쇼크와 신부전증, 급성폐렴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역에서 이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지에서 김씨의 사인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지 확진하는 데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필요할 경우 국내 의료진의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감염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 가족,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도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중동 지역을 방문할 경우 사람이 밀집한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호흡기 질환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지역의 항공기에 대한 검역도 강화했다
한편 김씨와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귀국한 동료 3명은 발열, 기침 등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나, 김씨의 사인이 밝혀질 때까지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김씨와 같은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40여명의 노동자 중 19명도 불안감을 호소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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