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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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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화

입력
2013.08.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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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청소년의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지만, 수능 필수화가 정답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 문제는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사 대입 반영과 관련해 "수능으로 딱 들어가면 깨끗하게 끝나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구체화됐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12일 당정협의를 열고 2017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이를 적용할 것인지를 논의했으나 '다른 사회과 과목과의 형평성 문제'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이 제기되면서 그 결정은 21일께로 보류됐다. 그러나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한국사를 대입에 어떻게든 반영한다는 전제에는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는 "청소년층의 '한국사 부재' 상황은 심각하다"며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이를 제도화하는 수능 필수화가 답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철웅 전남대 교수는 "한국사의 수능필수화는 역사인식의 개선이 아니라 역사인식의 억압이 될 수도 있다"며 "한국사 능력이 아니라 한국 교육이 본질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찬성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학생들 야스쿠니 신사도 제대로 몰라 입시 통해서라도 역사 중요성 일깨워야"수능서 국사 선택비율 7.1%中·日과 비교해 현저히 낮아역사교육 홀대 바로잡을 계기로

한 나라의 국민이 그 나라의 언어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언어와 역사를 잃은 민족의 불행한 운명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이슈화되고, 역사의 필요성이 기업체나 대중에까지 확산되면서 한국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사는 수능의 필수 과목에서 제외되는 등 국사 교육에 관한 한 정부의 정책은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사가 수능의 필수가 되지 않으면서, 국사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2005학년도 수능부터 국사는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2005년의 국사 선택비율은 전체의 27.7%였으나, 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7.1%로 그 비율이 한 자리로 떨어졌다. 이웃인 중국이 인문계 대입에서 중국사를 필수로 하고, 일본에서도 일본사의 대입 선택 비율이 40%인 점과 비교해도, 한국에서 국사 선택 비율은 지나치게 낮다. 이러다 보니 대학교에서 처음 한국사를 배우는 학생이 늘어나 야스쿠니 신사를 젠틀맨으로 오해하고, 안중근과 안창호를 헷갈려 이해하기도 한다. 우리 역사를 이끌어간 인물과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국사 부재' 상황은 청소년층에게 특히 심각하다.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진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입시는 어떤 과목을 공부하느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필자도 대입 시험인 학력고사 때 4개의 과학 과목 중 생물을 선택했는데, 다른 과학 과목에 비해 고교 때 학습한 생물 용어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학습의 가장 적기인 중고교 시절에 국사를 소홀히 공부하면 그 후유증은 평생을 갈 수가 있다. 국민 다수의 역사 인식과 역사 지식의 부재를 낳을 우려도 있다.

중고교에서 국사를 배우니 시험에 상관없이 그냥 공부하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이를 학습하게 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바른 자세이다.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핵심은 수능에 한국사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대학입시 체제에서는 입시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더욱 더 한국사의 수능 필수 지정이 요청된다. 일부에서는 지리, 사회문화 등 다른 사회 과목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사를 독립시켜 필수 과목으로 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하면 암기 과목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어나 영어 수학까지도 암기를 하지 않으면 그 과목을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암기를 통하여 그 나라의 역사를 정확히 아는 것이 뭐 그리 흠이 될 것인가? 물론 한국사를 필수로 하는 동시에 우리 역사에 대한 교양과 흥미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교과서를 보다 시각화하고 과거와 현재의 비교, 한국사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비교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사는 2004년까지 대학 입시에서 필수 과목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영수 다음으로 배점이 큰 과목이었다. 1970~1980년대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졸업을 위한 필수 과목이 한국사였다.

한국사의 수능 필수 포함은 없던 것을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세계화와 물질만능주의 사고의 팽배 속에서 잠시간 잃어버렸던 한국사의 위상을 다시 찾는 작업이 된다. 우리 역사를 지켜온 선조의 지혜를 후손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책무는 지금의 세대에게 있다. 한국사를 수능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역사에서 새로운 힘을 찾아 창조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도 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반대 박철웅 전남대 지리교육과 교수·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장"필수과목 된다고 역사인식 높아지나 교육문제에 정치논리 개입시킨 발상"응시율 줄었다고 법 개정 주장암기식 평가 등 문제점 수두룩원점서 재검토하는게 마땅

살다 보면 맞을 듯 한데 결코 맞지 않는 말들이 있다. 교육자들의 '교육은 백년대계'나, 정치인의 '국민을 위해서', 언론의 '진실을 위해서'등은 별로 와 닿지 않는 소리가 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 신문사가 입시전문업체와 함께 조사했다고 내놓은, 표본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여명의 학생 역사인식을 가지고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설문이 제대로 되었는지는 관심이 없다. 오직 '한국사가 필수화 되어야 한다'는 담론만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MB정권이 4대강 사업 때 주장한 담론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한국사 능력만을 가지고 교육과정, 수능체제 등의 교육 문제를 정치 논리로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게 교육적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역사인식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역사주의자들의 인식 문제이다.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한국사 관련 과목의 응시 비율이 줄었다 한다. 그래서 법을 개정하여 수능필수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율이 준 이유는 단지 청소년들이 관심이 없어서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청소년들 왜 관심이 없을까. 필수가 아니라서? 그럼 수능필수과목이 아닌 과목은 교육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문제의 본질을 깊게 파악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는 사회가 문제이다. 지금 우리가 외쳐야 할 것은 교육의 본질과 문제이다.

역사학자들이 주장한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역사인식을 높이기 위해선 학교에서 많이 배워야 되고, 수능 필수로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럼 과거 대학입시에서 국사가 필수였을 땐 역사인식에 문제가 없었나? 왜 역사의 내용성과 지식중심 수업 방식 그리고 암기식 평가 등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가. 모두 역사를 환상이나 욕망으로 바라보는 것은 진실로 역사의식이 없는 행동일 뿐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한국사를 비롯하여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다. 공영방송의 역사드라마, 역사 다큐 등은 끊이지 않고 방영되며, 서울대를 비롯해 경찰대, 사관학교 등과 공무원시험 및 교원임용고시 등에서 한국사는 필수과목이다. 또 학교현장에선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모든 학교급별에서 역사는 중요하게 그리고 다른 사회과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가르치고 있다. 서점에 가도 역사관련 서적들은 매우 많고 베스트셀러도 많다. 부족한 것은 역사 시간도 아니고, 관심도 아니다. 더구나 수능필수화는 더욱 아니다. 한 시간을 가르쳐도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를 말해야 할 때이다. 오히려 수능 필수화는 역사인식의 개선이 아니라 역사인식의 억압일 수가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 이 이슈는 취업률과도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 사실 일자리는 정부가 1차 책임을 져야 함에도 대학이 책임지는 꼴이 되었지만. 어째든 교육부의 대학평가는 취업률을 중시하고 있다.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 일자리 수는 교육부가 정해준다. 교사선발 인원은 절대적으로 현장교육의 과목 시수에 달려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1시간만 늘고 줄어도 교사의 채용은 엄청 늘고 줄어든다. 그간 역사시수는 늘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사회과는 줄었다. 어째든 사회과에서 역사과는 가장 많은 교사를 선발하고 있다. 수능필수화가 되면 시수 확보를 위해 더 많은 교사가 요구된다. 당연히 역사관련 학과의 취업률은 올라가게 된다. 사교육 시장도 덩달아 역사과목의 시장을 확대하게 된다. 이것 또한 숨겨진 진실인 것이다.

역사교육의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정치의 논리가 아닌 교육의 논리로. 차제에 모든 사회과목의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우린 시간, 공간, 사회관계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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