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26ㆍ세르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 9개 전 대회 석권을 노린다. 이른바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다. 마스터스 1000시리즈가 출범한 1990년 이후 9개 대회 전관왕은 아무도 오르지 못한 성역으로 남아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챔피언)고지에 역대 7명이 등정한 것에 비춰보면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의 험로(險路)를 잘 말해준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무대를 1990년 이후로 좁혀도 앤드리 애거시(미국),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 라파엘 나달(27ㆍ스페인) 3명이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는 프랑스오픈 우승컵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1%가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12일(한국시간) 개막한 ATP 신시내티 마스터스 오픈 정상에 오르면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조코비치는 2007년 마이애미 오픈을 시작으로 마스터스 우승컵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나달의 대회 9연패를 저지하고 손에 넣은 몬테카를로 우승컵까지 8개 대회에서 모두 14개의 챔피언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결승 전적은 14승10패다. 하지만 유독 신시내티 오픈에서만 번번히 정상 문턱에서 퇴짜를 당했다. 신시내티 오픈 통산 전적은 19승8패. 반타작도 거두지 못했다. 랭킹1위 체면에 찬물을 끼얹는 성적이다.
최근 5년동안 4번 결승에 올랐으나 모조리 준우승에 그쳤다. 2008년과 2011년엔 앤디 머레이(26ㆍ영국)에게, 2009년과 2012년엔 페더러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독한 악운이 아닐 수 없다.
조코비치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신시내티에서 (내가) 테니스의 새 역사를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다"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이어 "바로 이런 불운이 정상을 향해 도전하게 하는 또 다른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대진운은 조코비치 편이다. 대회 조직위는 조코비치를 1번 시드에 배정해 '빅3'(나달, 페더러, 머레이)와 준결승까지 만나지 않도록 배려했다. 조코비치의 유일한 대항마를 꼽자면 후안 마르틴 델포트로(25ㆍ아르헨티나)와 다비드 페레르(32ㆍ스페인) 정도가 있다. 반면 나달과 페더러는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의 승자가 머레이와 준결승에서 맞붙을 확률이 크다. 한편 25개의 타이틀로 마스터스 역대 최다관왕인 나달도 신시내티 오픈 결승무대에는 한번도 초대받지 못하고 준결승 진출(2008~09년)이 최고성적이다. 하지만 지난주 끝난 캐나다 로저스컵 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페더러는 대회 6번째 우승을 향해 예열 중이다.
신시내티 오픈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을 보름 여 앞두고 열려 US오픈 프리뷰 무대로 조명 받고 있다. 실제 신시내티 오픈은 'US오픈 시리즈'의 화룡점정 대회이기도 하다. US오픈 시리즈는 US오픈 직전, 북미대륙에서 6주간에 걸쳐 열리는 5개의 ATP 투어와 5개의 여자프로테니스(WTA) 대회를 가리킨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는 조코비치와 나달, 머레이가 나란히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나눠 가져 정족지세(鼎足之勢ㆍ3명이 팽팽히 맞서 대립하고 있는 상태)의 형국이다. 따라서 신시내티 오픈은 마지막 남은 US오픈 우승컵의 주인공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바로미터 대회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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