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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14일] 선생님, 손을 안 씻으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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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14일] 선생님, 손을 안 씻으셨는데요

입력
2013.08.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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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종합병원들이 손 씻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시작한 이 운동은 전 업계로 번져 이제는 종합병원마다 손 씻는 방법을 게시하지 않은 곳이 없게 되었다. 손을 철저하게 씻는 간단한 절차를 통해 병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병을 얻어 올 수 있는 위험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존스홉킨스대학 병원의 프로노보스트 교수가 2003년에 미시간주에 있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비누를 사용해서 손을 수시로 씻고 소독된 마스크, 장갑과 가운을 꼭 착용하고 환자의 피부를 소독제로 닦는 등 다섯 가지의 절차를 철저히 시행하면 중환자실 내부에서 발생하는 2차 감염사례를 획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실제로 이를 통해 병원 측은 18개월 동안 약 1,500명의 건강을 지켰고, 1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5개의 수칙이 어떤 획기적인 병리연구 발견이나 치료방법의 개발 못지 않게 생명을 구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수칙이 소기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담당의사가 이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간호사가 "선생님, 손을 씻지 않으셨습니다"하고 지적할 수 있는 병원문화라는 것이다. 위계질서가 어디보다 강한 의료업계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급자가 상급자의 잘못을 지적하기 어려운 숨막힐 정도로 몸에 밴 상하관계, 위계질서가 어디 이뿐인가. 교수와 조교, 사장과 임원, 내무반의 병장과 일병, 하다 못해 대통령과 장관 사이 등 관계와 질서를 강조하는 우리 유교문화에 비일비재하다. 거기에 사회적 위험과 낭비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획기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켰다는 소위 '토요타 방식'에서도 생산라인의 작업자가 품질문제가 감지되면 라인을 직접 정지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절차 가운데 하나다. 엔지니어는 지시를 하고 작업자는 이를 따르기만 하는 기존 공장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절차는 불량제품이 시장으로 출하되는 것을 막고 품질이 무엇보다도 우선한다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각인시켰다.

생명을 다루는 수칙에는 '설마'가 있을 수 없다. 개울가의 돌 하나하나 빠짐없이 뒤집어 보는 철저함이 없이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온전히 노력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철저함을 낭비나 위계질서의 파괴로 생각하는 어설픈 조직문화는 당연히, 그리고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 하급자의 정당한 의사개진을 상급자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권위주의 문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세금이 낭비되고 아까운 생명을 잃었으며 저질의 상품이 시장을 범람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을 보지 못하고 버려졌을까.

권위주의 문화의 불식은 어디까지나 권위의 상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간호사가 "선생님, 손을 안 씻으셨는데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병원장이 만들어야 하고, 대학 연구실 선배연구원의 이름이 논문에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것에 항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총장이 만들어야 하고, 잘못된 병영문화에 항의할 수 있는 수칙을 부대장이 만들어야 하고, 생산라인 종사자가 불량품을 생산하는 라인을 정지시킬 수 있는 절차를 회장이 지시해야 한다.

잠재성장율 3%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현실에서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사회구성원 모두가100%의 능력을 발휘하고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권위주의의 불식이 그 첫 걸음이다.

이용경 (INSEAD경영대학원 방문교수,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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