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서 군사 관련 정보를 도청한 뒤 돈을 받고 독일에 정보를 넘겼다고 독일의 시사주간 포커스가 전했다.
포커스에 따르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집권하던 2000년대 초반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전 외무장관이 이끄는 독일연방정보국은 중국 정보부문과의 협력 아래 중국 동북 변경과 아프가니스탄 등 2곳에 도청 기지국을 설치한 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아프간 및 파키스탄 테러 조직 관련 정보 등을 수집했다. 독일은 이 과정에서 중국 측에 수백만 유로를 지불했다.
포커스는 독일 정부의 고위 관료를 인용, 스타인마이어 전 장관이 2002년 4월과 2004년 4월 베를린의 총리 관저에서 쉬융웨(徐永躍) 당시 중국 국가안전부 부장(장관)과 회동했다고 전했다. 쉬 부장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이 직책을 맡았다.
포커스의 폭로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기독민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스타인마이어 전 장관은 사회민주당을 이끌고 있으며 독일은 9월 22일 총선을 치른다.
중국이 북한을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 기사를 중국의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2일 보도하자 베이징(北京) 외교가에는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이 평양을 방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후에도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최근 북한과의 접경 지역 경계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 12일 신문화보(新文化報)에 따르면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 변방지대(국경수비대)는 지난달 신고용 휴대폰 3,000대를 구매, 주민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이 휴대폰은 주민이 신고 버튼을 누르면 가까운 부대에서 고해상도의 디지털 지도를 통해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지린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변방지대도 앞서 6월 휴대폰 600대를 주민에게 보급했다. 중국 당국은 접경지역 치안 유지가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대북 감시 및 경계 태세 강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자 단속과 검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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