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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과 NLL] <중> 정상회담 대화록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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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과 NLL] <중> 정상회담 대화록 해설

입력
2013.08.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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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초(史草) 실종' 사건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대화록이 발단이 됐다.당시 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고 받은 대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언급이 포함됐다는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국가정보원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을 둘러싼 극심한 대립이 벌어졌다.

대화록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도 노 전 대통령의 언급이 NLL 포기인지, 아닌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 대화록을 보면 문제적 언급이 군데군데 나타나 있다. 물론 명시적으로 NLL을 포기한다는 언급은 없다.

다만 당시 대화록을 보면 어떤 맥락에서 NLL 대화가 오갔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대화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어떻게 인식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2007년 10월3일 당시 대화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전 131분, 오후115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NLL과 관련해 남북 정상이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오전과 오후 각 한 차례씩 모두 두 차례. 문제가 된 두 대목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NLL포기 논란의 허실을 점검해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서해상의 충돌을 방지하는 방안으로 '서해 평화협력지대'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공동어로수역과 한강개발, 경제특구 등을 통해 서해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구상이다. 비록 NLL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대결이 아닌 공존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② ③에서 이런 구상을 설명하면서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된다. NLL보다 더 강력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 대통령은 다른 대목에서도 줄기차게 서해 평화지대의 공동어로, 한강 하구 공동개발, 인천과 해주를 묶는 공동경제구역 조성과 자유 통항 등을 설파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대체로 동의하는 대목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서해 평화지대'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지나치게 몰입한 탓인지 NLL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히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와 달리 김 위원장은 NLL을 집요하게 무력화하며 향후 남북간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오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NLL을 포함해 양측이 주장하는 경계선을 포기하자는 주장을 줄기차게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 그저 "평화협력 체제, 앞으로 평화협력 지대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해야 한다"고만 강조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서해 평화지대의 위치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했다. NLL 남쪽에 공동수역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해 평화지대의 조건으로 NLL과 북측 주장 군사경계선에 대한 남북 양측, 쌍방의 '포기'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언급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처럼 노골적인 김 위원장의 발언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른 주제와 달리 직설적으로 맞받아치지도 않고 애써 대답을 회피한 듯한 인상이 짙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회담에서 NLL문제를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고 비판 받고 있다. 나아가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서해 공동어로를 언급하면서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버리면 좋겠는데"①라며 훗날의 논란을 부채질한다.

노 전 대통령은 또 회담에서 NLL을 경계로 한 '등면적'이나 '등거리'라는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12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우리측은 NLL을 기점으로 남북간 등면적의 공동어로수역을 제시한다. 노 전 대통령도 회담 당시 같은 내용이 담긴 지도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 '평화경제' 지도를 덮어 단번에 새로운 지도를 만들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또 NLL을 중심으로 등거리 등면적의 공동어로수역 설정안을 제시한 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적어도 NLL을 수호하려는 의지는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상간의 대화에서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NLL을 소홀히 다뤘다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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