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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 칠하고 인공석 깔고… 제모습 잃어가는 도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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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 칠하고 인공석 깔고… 제모습 잃어가는 도산서원

입력
2013.08.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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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유학자인 퇴계 이황(1501-1570)을 기리는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이 원형을 무시한 성역화 사업 후유증으로 40여년간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찰처럼 단청이 칠해져 있고 우물과 계단 등도 자연석 대신 인공석으로 조성, 원형과 거리가 멀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시에 따르면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등재추진단'가 내년을 목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소수서원, 도동서원 등 국내 9개 서원 중 유독 도산서원에만 강의를 하던 전교당과 기숙사 격인 농운정사에까지 단청이 칠해져 있다. 이는 1970년 도산서원 성역화사업을 추진하던 정부가 화려하고 눈에 띄는 단청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산서원 원장에 추대됐던 한 인사는 "절집도, 무속인 집도 아닌 서원 강당에 단청이 웬 말이냐"며 "단청은 서원의 격식에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도산서원 경내 조형물도 자연석 대신 인공석으로 바뀌면서 제 모습을 잃었다. 서원 바깥쪽 우물인 열정과 서원 정문에서 광명실에 이르는 계단도 모두 반듯한 인공석으로 대체됐다. 당시 서원 앞마당의 왕버들은 돋움공사로 몸통이 흙 속에 묻힌 기형적 모습이 됐다. 서원 담장도 당초 어른 가슴 높이의 나지막한 토담이었으나 성역화사업 당시 높이 2m의 돌담으로 교체됐다. 이로 인해 '낙동강 물결을 바라본다'는 뜻의 농운정사 관란헌(觀瀾軒)에서는 높은 담장에 가려 낙동강이 보이지 않는 아이러니가 연출된다. 경내에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진 옥진각(유교박물관) 터는 당초 동몽재가 있던 자리로 알려졌으나 관련 자료가 분명치 않고, 곡식을 찧던 디딜방아가 놓여있었다고 증언하는 원로들도 있어 원형 규명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 당국은 최근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식수 여부로 논란을 빚어온 도산서원 경내 금송(金松)과 콘크리트 건물인 옥진각을 서원 밖 매표소 부근으로 옮기고, 돌담을 토담으로 바꾸는 내용의 '도산서원 종합정비계획'을 확정했다. 일본 고유종인 이 금송은 1970년 12월 청와대 집무실 앞에서 옮겨 심어졌으나 2년 만에 고사, 동일 수종으로 대체된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 당국은 서원 내 단청과 인공석 등은 여전히 정비계획에서 누락했다. 도산서원운영위원회 관계자는 "1970년 성역화 당시 원형보존은 뒷전인 채 무작정 뜯어고치기 바빴으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계기로 원형을 100% 복원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안동=이임태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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