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모든 이란 국민, 특히 저소득층이 극심한 물가 상승과 의약품 부족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위협받는 비참한 상황입니다. 대화를 중시하는 새로운 이란 대통령이 취임한 만큼 가혹한 제재를 풀어주시고 대화의 마지막 기회를 붙잡아 주십시오."
정치범으로 수감된 이란의 반정부 인사 55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공동 서한을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 공개했다. 중도온건주의자인 하산 로하니가 4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으로 계기로 미국이 이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서한의 주요 내용이다. 이들은 "로하니 대통령은 대화와 건설적인 포용정책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의 재임 기간은 미국과의 갈등을 풀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란 경제가 지난 몇 년간 축소돼 왔다"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란 국민은 미국이 실질적으로는 갈등을 풀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는 믿음을 더 강하게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서한을 보낸 이들은 전직 관료, 활동가, 기자 등 반정부 활동으로 수감된 사람들"이라며 "이란 정부를 비판한 혐의로 수감돼 있지만 이란 제재에 대해서는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하니는 6월 대선에서 중도-개혁 연대를 이뤄 예상을 뒤엎는 높은 지지율로 보수 진영 후보를 제쳤다. 이후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이유로 진행해온 강력한 경제제재 등을 완화하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미 하원은 1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고 이란 원유 매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로하니는 4일 취임 연설에서 "대화를 중시한다는 백악관의 성명과 미 하원의 제재는 미국이 말과 행동에서 모순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한 뒤 "이란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추구할 것이며 미 정부는 대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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