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은 사실상 표준특허와 상용특허의 싸움이다. ITC의 결정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도 결국 이 문제로 귀결된다.
표준특허는 제품을 만들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세운 표준특허는 3세대 이동통신 기술특허다. 즉,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으로 3세대 이동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으려면 반드시 삼성전자의 표준 특허를 사용해야 한다. 표준특허는 피해갈 길이 없어서 더 위력적이다.
따라서 표준특허의 경우 특허권자가 지나친 로열티 요구로, 다른 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만들 수 없는 독점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피하고자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는 표준특허권자라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특허를 제공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조항을 만들었고, 세계가 이를 따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ITC의 애플 특허침해 및 제품 수입금지 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이 특허가 표준특허이고 삼성전자가 프랜드 조항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반면 상용특허는 특이한 모양이나 기술 등 제품의 특징과 관련된 특허다. 상용특허는 모양을 다르게 만들거나 다른 기술로 대체하는 등 얼마든 지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경우가 많다.
ITC가 삼성전자측의 침해로 판정한 것은 애플의 휴리스틱스와 헤드셋 등 상용특허 두 가지다. 휴리스틱스는 스마트폰에서 손가락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웹사이트 등을 볼 때 방향이 비슷하게만 움직여도 특정 행동을 한 것으로 인식하는 특허다. 그러나 미 특허청은 이미 애플의 휴리스틱스를 무효라고 예비 판정한 상태다. 헤드셋 특허는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휴대폰에 꽂으면 이를 인식하는 기술로 삼성은 갤럭시S3 이후 다른 기술을 적용해 해당 특허를 피해갔다.
미 정부는 표준특허를 둘러싼 특허싸움이 늘어나면서 자국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표준특허권자들의 권리남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ITC에 표준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는데, 업계 관계자는 "오바마 행정부가 표준특허란 이유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만큼 그 논리대로라면 삼성과 에릭슨 소송에선 삼성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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