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지난 60여년 압축성장 과정에서 조급증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 볼 때이다. 조급증은 창조경제의 근간이며, 장기적인 관심과 배려를 요하는 사람, 돈과 시장과 관련한 투자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조급증 현상과 폐해 사례는 일반 국민생활에서부터 정치권, 정부나 기업 모든 부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국민생활에 있어 높은 교통사고율이나 난폭운전, 각종 고소 고발의 남발로 인한 소송 증가가 대표적인 조급증 사례로 들 수 있다. 외국 여행객들의 한국관광시 금기사항 중 단골메뉴가 도심운전이라 한다. 해외주재원 생활하다가 귀국한 사람들 가운데 도심 운전이 두렵다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출세지향적인 입시위주의 자녀교육에만 몰두하는 것도 조급증의 전형이다. 자녀교육열은 한국이나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나 양국의 교육열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은 명문대 입학이 목표인데 반해, 유태인 부모들의 목표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가르치는 평생교육이라는 점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르치는 자녀교육에는 족집게 고액과외나 입시부정과 같은 유혹이 자리할 수 없다. 오늘날 유태인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을 가장 많이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자녀교육관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의 구성원들도 단기업적주의 문화 때문에 조급증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분기 또는 반기마다 좋은 업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거래선과의 장기 상생발전 보다는 단가인하, 해외 아웃소싱 확대, 업무프로세스의 단축 등 비용절감에만 치중하다가 보니 기업 가치파괴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안전수칙이나 업무관리 메뉴얼 등을 잘 만들어 놓고도 아웃소싱업체 등이 제대로 지키지 않아 환경․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조급증현상과 폐해는 정치나 정부부문에서도 심각하다. 한국정치사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정치권으로부터 임기중 퇴진 압력을 받지 않은 분이 거의 없었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주어진 임기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주고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더 좋은 정치를 준비하고 경쟁하는 정당이 없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조급하고 설익은 정책의 남발로 처음 본 것이나 경험한 것을 이미 본 것처럼 느끼거나 경험한 것처럼 착각하는 '데자뷰'현상을 낳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흠집 내기로 반복 이용되고 있다.
정책도입이나 시행과정에서의 조급증 폐해 또한 매우 심각하다. 예컨대,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의 경우 정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영산강 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였다면 4대강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역대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나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잦은 정책변경이나 급냉온탕식 부동산 정책 또한 국민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다.
국가 장래를 위한 국책 과제를 발굴하여 추진하기 보다는 단기 이벤트 중심의 보여 주기식 사업 추진에 몰두하는 지도층의 모습은 우리사회 조급증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조급증을 치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우리가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가 임의로 시한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이행하려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엔 때가 있다. 정책이나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시작할 때와 마무리 할 때를 정하는 일은 신중히 해야 한다. 요즘 글로벌 위기 극복 과정에서 출구전략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때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우리 사회 전반의 평가기준과 시스템의 혁신도 필요하며, 불법과 변칙을 자행하는 자들이 반드시 손해 볼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조급증을 극복하고 먼 미래를 내다 보며 창조적 인재 양성, 아이디어의 시장화에 수반되는 자금 지원과 시장형성을 통한 가치창출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때 창조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
이병욱 동아시아지속가능 발전연구원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