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장이 심상치 않다. 일부 지역에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5주째 하락한 반면 전세가격은 50주 연속 상승했다. 전세금 상승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하면 서민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매매가가 하락하고 전셋값이 치솟으면 '깡통 전세'가 늘어나 서민들의 신용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셋값 고공 비행의 직접 원인은 수급난이다. 세입자는 부동산시장 회복을 믿지 못해 전세를 선호하고, 집주인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반전세나 월세로 대거 전환하면서 공급이 수요에 못미친다. 전세는 품귀인데 월세는 남아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택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전세난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 제도를 받쳐온 주택가격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고 저금리 장기화가 대세라고 보면 이런 분석이 맞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정부의 전세 대책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민이 쉽게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융자 한도를 높여준 것이 되레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세 시장에 저리의 돈이 풀리자 월세 전환이 필요하거나 집을 사는 것이 좋을 사람들도 전세에 머물러 주택 거래는 뚝 떨어지고 전세가격만 오르고 있다.
전셋값을 잡기위해서는 전세 수요를 매매· 월세 수요로 분산시키는 정책 전환이 바람직하다. 전세 수요에 불을 붙인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점차 축소해야 한다. 매매거래에 세제· 금융 혜택을 늘리고, 월세가 전세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소득공제 확대와 월세 임대료 보증제도 등의 다양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국회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는 입법을 서둘러 전세시장 안정에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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