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잠실 LG-롯데전. 4-5로 뒤진 LG가 9회말 마지막 공격 2사 후에 공격의 불씨를 살렸다. 롯데 마무리 김성배가 흔들렸다. 9번 대타 문선재에게 좌전안타, 1번 박용택에게 중전안타을 맞은데 이어 폭투로 2사 2ㆍ3루의 역전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는 4타석에서 삼진 3개를 포함해 무안타에 그친 2번 오지환. 롯데 외야진은 극단적인 전진 수비를 했다. 오지환이 볼카운트 1-1에서 김성배의 3구째를 받아 쳤고, 타구는 롯데 중견수 전준우의 키를 넘는 끝내기 2루타성이었다.
그러나 믿기지 않는 장면이 나왔다. 전준우는 펜스 쪽으로 30여m를 전력 질주해 역동작으로 몸을 날렸고, 쭉 뻗은 글러브에 거짓말처럼 공이 빨려 들어갔다. 오지환과 LG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지 못했고, 김시진 롯데 감독은 벤치에서 환호했다.
롯데가 전준우의 그림 같은 수비로 3연승을 이어 가며 6년 연속 4강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롯데는 이날 난적 LG를 5-4로 제압하고 SK에 패한 넥센과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롯데는 이날 중반까지는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력을 보였지만 산발 안타에 그쳐 잔루가 많았고, 0-1로 뒤진 5회초 1사 2루에서는 3번 손아섭의 2루타성 타구가 LG 우익수 이진영의 호수비에 걸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반면 1-1로 맞선 5회말 2사 1루 수비 때는 LG 톱타자 박용택의 타구를 중견수 전준우와 손아섭이 서로 잡으려다 실책성 2루타를 허용해 실점까지 했다. 전준우는 결국 이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는 만화 같은 수비와 공격에서도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롯데는 1-2로 뒤진 6회초 1사 만루에서 톱타자 황재균의 역전 결승 2타점 중전 적시타로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7회초 2점을 보태 5-2로 달아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대다수 전문가들로부터 4강 후보에서 제외됐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으며 강 팀으로 환골탈태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올해는 희망적인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주포 홍성흔이 친정 두산으로 돌아 갔고, 타선의 첨병이었던 김주찬도 KIA로 이적했다. 지난해 이대호에 이어 타선의 기둥 뿌리 3개가 뽑혀 나간 셈이다.
하지만 롯데는 개막부터 한화, NC를 만나 5연승을 거두며 '이기는 분위기'로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에도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고 떨어질 듯 하다가 되살아나며 4강 언저리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화력은 약해졌지만 FA 보상 선수로 김승회와 홍성민 등 투수를 영입해 장기 레이스에 대비한 것이 롯데 선전의 원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전준우의 다이빙캐치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사흘 간 푹 쉰 삼성이 꼴찌 한화를 10-3으로 꺾고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삼성은 이날 통산 112승을 올린 선발 배영수(6.2이닝 3실점)의 호투, 중심 타선 최형우(3번) 이승엽(4번) 채태인(5번)의 장외 홈런 3방을 앞세워 완승을 거뒀다. 시즌 53승2무31패로 2위 LG(52승36패)와는 3경기 차. 2000년 프로에 데뷔한 배영수는 112승으로 김시진 롯데 감독이 갖고 있던 삼성 투수 최다승(111승)을 뛰어 넘었다. 목동에서는 7위 SK가 4위 넥센을 4-1로 제압했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