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을 받기 위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는 과정을 보면서 남미 우루과이의 청렴한 국가지도자 호세 무히카가 떠올랐다. 무히카는 독재정권에 대항한 죄로 15년간 옥살이를 한 민주화 공헌도 크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도 평민처럼 살고 있어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에게 내주고 봉급의 90%를 불쌍한 약자들에게 나눠준 뒤 나머지 10%인 100만원 정도를 갖고 허름한 판잣집에서 경비원 두 명과 산다. 무력으로 수많은 국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장악한 후 부정축재를 일삼은 악한 대통령의 모습과 국민이 만들어 준 자리이고 국민이 준 봉급이라며 약자들에게 봉급과 대통령궁을 도로 내놓은 선한 대통령 모습이 너무나도 대조를 이룬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본인과 주변 인물들이 부패 쇠고랑을 벗어나지 못한 부패자들을 갖고 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두환은 물론이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거명하기 조차 창피한 전직 대통령 본인들이나 친인척이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그 밑에 들어가 녹을 먹은 인사들도 상당수 법정에 설 수밖에 없었다. 부패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는 고관대작 자리에 앉을 수 없는 부패 늪에서 공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부패구조는 국제사회에서 여러 각도로 냉정하게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초 아시아 최고의 청렴국가 홍콩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매우 충격적이다. 홍콩의 정치경제자문위험공사(PERC)는 한국의 부패가 아시아로 확산될 수 있다며 '부패한류'(腐敗韓流)를 우려했다. 심지어 '부패수출국'이라며 경계대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최신호에서 '부패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선진국의 턱 밑에서 한참동안 머물러 있어야 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빠른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부패문제가 공정사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청렴 후진국으로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반론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전문연구기관의 국가별보고서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부패정도에서 한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고 인식돼 온 태국 말레이시아 부탄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베를린 소재 반부패 민간국제기구 트랜스퍼런시 인터내셔날(TI)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청렴 수준이 제자리 걸음에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와 무역규모 세계 10위권 한국이 국가청렴도에서는 200 여개 국가 중 45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그룹으로 형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34개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잘 사는 나라들은 청렴 수준도 매우 높다. 26년간 총리를 지낸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경제강국에 이어 청렴 선진국을 건설했다. 국민소득 4만~5만달러의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청렴경쟁력이 세계 최상위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세계 지도자들이 본받는 청렴 연수국가다. 북유럽 지도자들은 특권의식이란 게 없다. 의회 의사당엔 대중교통 수단인 자전거가 즐비하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다. 의회 전용 주차장 또한 없다. 그들은 몇 평 안 되는 작은 사무실에서 개인 보좌관 없이 일정관리, 자료 정리, 전화 받기 등을 직접 한다. 골프 및 식사접대를 받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통령 집권 2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추징금을 받으려고 압수수색 법석을 떠는 우리의 모습이 국제사회에서는 어떻게 비쳐질까. 한국 부패의 상징처럼 돼 버린 '전두환추징금 사건'이 완결되도록 수사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를 계기로 부패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는 선진국으로 비상해야 한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 ㆍ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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