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 간 차명계좌를 통해 저질러진 저축은행 비리 규모가 약 7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차명계좌를 활용한 저축은행 비리 규모가 모두 2,383건에 6조7,5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저축은행 비리 중 차명계좌를 활용해야만 가능한 ▦대주주 신용 공여 위반 ▦개별차주 신용 공여 한도 초과 ▦동일차주 신용 공여 한도 초과 내역에 대한 금감원 적발 건수를 분석한 결과이다.
유형별로는 개별차주 신용공여 한도 초과가 1,543건(4조2,86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 초과 489건(1조204억원), 대주주 신용공여 위반 351건(1조4,476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는 저축은행이 대주주에게 대출할 수 없다는 규정과 동일인 또는 계열회사에 대한 대출은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내로만 가능하다는 규정을 차명계좌를 이용해 무력화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 사이에 차명계좌를 활용한 저축은행 비리 건수만 1,779건에 3조7,533억원 규모에 달했다.
민 의원은 "저축은행 차명계좌 비리가 6조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자산규모가 더 큰 은행, 보험, 증권에서 최소한 수십조원 규모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금융실명제법은 비(非)실명만을 규제하고 있어서 '차명거래 촉진법'으로 전락한 지 오래 됐다"며 "금융실명제법 시행 20주년을 맞아 차명거래 악용을 여야가 힘을 모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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