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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너른 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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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너른 품을 보고 싶다

입력
2013.08.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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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힘든 가정이 많은데 정치권도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기울여 달라”며 이렇게 당부했다.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제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단행했다. 하반기 적극적인 국정 추진을 위해 새 출발을 기약하는 의지라고 했다. 뒤이어 여야 정치권에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주문한 것은 언뜻 사리에 어긋남이 없다. 또 당연한 요구이다.

그러나 유심히 새긴 이들은 의문을 제기할 법하다. 대통령은 정치와 무관하거나, 정치를 초월한 어딘가에 있느냐는 것이다. 늘 말꼬투리를 잡아 시비하는 야당이 아니더라도 그런 느낌이 들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여의도 정치를 멀리 한다는 우려와 비판이 있던 차에, 정치와 거리 먼 정통 외교관을 정무수석에 기용한 것을 두고 여당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이런 마당에 여야 정치권은 국민에 봉사하는 본분을 깨닫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라니, 대통령은 계속 멀찍이 떨어져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듣기십상이다.

만약 그게 대통령의 본뜻이라면 걱정스럽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일 뿐 아니라 정치의 중심이자 최고 리더이다. 따라서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게 원활한 국정 수행에 관건이고 성공적인 대통령 정치의 요체이다.

야당이 제 자리인 국회를 벗어나 거리 투쟁으로 엇나가더라도 정색하고 외면할 일은 아니다. 먼저 여당과 대화하라고 말할 것만도 아니다. 그게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정국 타개를 위한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청한 만큼, 이쯤에서 손을 내미는 것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이다. 정치 싸움에 싫증내는 국민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른바 ‘사초(史草)’ 증발과 원전 비리, 재벌과 국세청의 유착 등 역대 정부에 책임이 있는 사건과 비리 관행의 정리를 유난히 강조한 것 역시 아쉬운 구석이 있다. 대통령의 말대로, 올바른 변화는 잘못된 관행을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만 그와 함께 ‘과거 세력’이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고 현재에 동참하도록 이끄는 너른 품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무더위 속 국민도 시원하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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