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참석하는 대통령과의 5자 회담을 제안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대치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여야 영수회담 또는 3자회담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민주당도 일단 반길 만한 제안이다. 김한길 대표는 "회담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 만큼 새삼 이리저리 재고 따지느라 길게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주문했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힘든 가정이 많은데 정치권도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기울여 달라"는 당부였다.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제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비서진 개편을 단행했다. 적극적인 국정 추진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의지라고 했다. 뒤이어 정치권에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주문한 것은 사리에 어긋남이 없다. 물론 유심히 새긴 이들은 의문을 제기할 법도 했다. 대통령은 정치와 무관하거나, 정치를 초월한 어딘가에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멀리 한다는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 여기에 비서진을 쇄신하면서 정치와 거리 먼 외교관을 정무수석에 기용했으니 여당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의 5자 회담 제안은 이런 걱정을 깨끗이 씻어준 셈이다. 대통령의 본뜻을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제안으로 확인시킨 것은 다행스럽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이자 최고 리더이다. 야당과도 대화와 소통을 통한 정치를 이끄는 것이 원활한 국정 수행에 관건이고 성공적인 대통령 정치의 요체이다. 야당이 제 자리인 국회를 벗어나 거리 투쟁으로 엇나가더라도 정색하고 외면할 일은 아니다. 그게 정치 싸움에 싫증난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초(史草)' 증발과 원전 비리 등 지나간 정부들에 책임이 있는 사건과 비리 관행의 정리를 강조한 것은 5자회담의 과제를 미리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말대로 올바른 변화는 잘못된 관행을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만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야당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이를테면 야당의 '과거 세력'도 과거에만 매달리지 않고 현재에 동참하도록 이끄는 너른 품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무더위 속 국민도 모처럼 시원하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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