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행정부의 애플 편들기는 가뜩이나 번지고 있는 각국의 신보호주의 흐름을 글로벌 차원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면서 이른바 G2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은밀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 조치를 경쟁적으로 도입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신보호주의의 확산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올 7월까지 각국의 보호주의 조치가 지속적으로 늘어 누계건수로 1,890건을 기록했다. 위기 이전엔 주로 선진국들이 자국의 특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는 식이었지만, 위기 이후에는 기존 비관세장벽에 그치지 않고 경쟁법이나 환경규제, 지식재산권을 동원하는 식으로 더욱 은밀하고 지능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환경 등 분야에서 선진국이 장벽을 강화하면, 중국 등 신흥국이 이를 모방해 단기간에 전 세계로 확산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 타깃은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될 수 밖에 없다. 가령 중국정부의 경우 지난달 한국산 폴리실리콘 제품에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동차와 태양광 패널 원료인 폴리실리콘은 대표적인 차세대 신성장 품목으로 꼽힌다. 중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국인 미국과 유럽(EU) 기업을 조사하면서 한국 기업도 끼워 넣었다. 특히 IT나 화학, 자동차, 철강 등 우리 주력 제품들이 대부분 보호주의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신보호주의 확산에 맞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정보기술협정(ITA) 등 다자간 협정과 한·중 FTA 등 양자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내 법규와 정책을 점검해 주요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들로선 신보호주의 수단 중 지식재산권과 환경 규제는 리스크 요인이면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볼 수도 있으므로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다자나 양자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보호주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기업은 핵심국가별로 구체적인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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