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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 논리 없이 ITC판단 뒤집어… 자국기업 감싸기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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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 논리 없이 ITC판단 뒤집어… 자국기업 감싸기 노골화

입력
2013.08.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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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제품 수입금지 결정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법원에 이어 행정부마저 애플 편들기를 노골화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198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극히 이례적이라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독립적 준사법기관인 ITC가 특허 침해를 인정한 제품에 대해 수입을 허용했다는 나쁜 선례를 남김으로써, 결과적으로 ITC의 결정을 부정해 권위를 깎아내리면서까지 자국기업 보호라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을 강조해 온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을 앞장 서 두둔하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에 의거해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특허 침해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를 결정한다. 애플 제품들의 경우 중국이나 대만 등 미국 밖의 지역에서 제조돼 수입돼, 이번에 판정 대상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부건 행사는 미국 행정부가 ITC의 특허 침해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를 뒤집는 논리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국민이 사랑하는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버젓이 돌아다니도록 허용을 해준 꼴" 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 행정부는 ITC의 결정을 번복할 만한 구체적인 논리를 제시하지 않았다. 미 행정부가 제시한 거부권 행사의 근거는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미칠 영향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ITC가 다른 사안에 대해서 내리는 수입 금지 결정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언급이어서 이 사안에에만 적용되는 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미 의회와 업계 등의 압력과 미국 내의 보호주의 물결에 편승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 거부권 행사 여부 판단을 앞둔 최근에는 연방 상원의원 4명이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는 논리로 수입 금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랜달 밀히 부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거부권 행사 촉구를 시사하는 글을 기고했고, 다른 이통사인 AT&T 역시 미국 무역대표부에 애플 제품 수입 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 내 보호주의 논란은 이미 법원 판결에서도 불거졌다. 지난해 8월 미국 북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배심원 평결에서도 배심원단은 당시 삼성전자에 10억4,000만 달러(약 1조1,91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후 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배상액이 절반 가까이 경감되긴 했지만, 이어진 소송전에서 미 법원이 일방적으로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만을 들어줬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각국 정부는 드러나지 않게 자국기업을 보호하거나 지원했지만, 이번에 미 행정부의 자국기업 감싸기가 노골화하면서 각국에서도 유사한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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