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정보 공개를 청구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자료를 정부가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문준필 부장판사)는 민변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에서 “경제적 효과 및 산업별 영향을 제외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5월 중국과 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하자 민변은 그 해 8월 외교통상부에 한중 FTA가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중소기업, 중소상인 등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분석·검토한 보고서 또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에 관해서는 한중 FTA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되고,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에 대해서는 공개할 자료가 아예 없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민변이 다시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의해 작성된 보고서 또는 연구 결과 공개를 신청하자, 외교통상부는 농업과 제조업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 진행 중인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국익을 현저히 해할 수 있다고 답하며 거부했다.
그러자 민변은 지난해 10월 “FTA로 인한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보를 공개해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분리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피고가 됐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려면 그로 인해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이 문서 공개에 따른 국민의 구체적인 이익까지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커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보공개가 청구된 자료를 열람한 결과, ‘경제적 효과 및 산업별 영향’ 부분을 제외한 자료에 대해 외교통상부가 내린 비공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민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한국협상학회 등이 작성한 8종의 보고서 가운데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 및 산업별 영향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민변 관계자는 “웬만한 정보 공개 청구에 무조건 비공개로 일관한 밀실 행정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며 “우리 국민에 큰 영향을 미칠 한중 FTA 협상은 소수 고위 관료가 아닌 전 국민의 여론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