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표는 11승입니다."
한국인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류현진(26ㆍLA 다저스)은 특유의 유쾌함과 겸손함으로 남은 시즌도 차분히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현진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선발 등판, 5.1이닝 11안타 6삼진 2실점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며 시즌 10승(3패) 고지를 밟았다.
1경기 개인 최다 안타 타이를 허용하며 평균자책점은 3.15로 약간 올라갔지만 이날만은 승리가 더 중요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한국인 투수 중 최초로 데뷔 첫 해 10승 달성에 성공한 것.
류현진의 미국 진출 전까지 8명의 한국인 빅 리거 투수 가운데 신인 자격을 갖춘 해에 최다승을 올린 투수는 서재응(현 KIA)으로 뉴욕 메츠에서 풀타임 데뷔한 2003년 9승(12패)을 거뒀다. 통산 124승으로 아시아 투수 최다승을 남긴 박찬호(전 한화)가 1996년 4월7일 빅리그 첫 승리를 거둔 리글리필드에서 류현진은 10승을 달성해 더욱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또 셸비 밀러(세인트루이스·10승7패)에 이어 올해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 중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고 신인왕 경쟁에 더욱 불을 지폈다.
루키 투수들 사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류현진의 기록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를 포함 21경기에 선발 출전해 15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신인 투수 중에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한화 시절 2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라는 세계신기록이 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지표다.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비율도 71%로 규정 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 중에서 가장 높다. 경쟁자인 밀러는 선발 출전한 경기 중 45%(20경기 중 9경기)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또 7할6푼9리의 승률로 밀러(0.588)을 크게 앞섰다.
사실상 류현진의 경쟁자는 밀러보다는 팀 동료인 야시엘 푸이그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제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는 류현진은 칭찬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류현진이 신인왕 수상자로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꾸준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수상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류현진은 "10승보다는 타선이 빨리 터져 줘 편하게 던졌다"면서 "초반 목표를 10승으로 잡았는데 이제 11승으로 하겠다. 신인왕이나 다승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은 이날 타석에서도 깨끗한 안타를 때리고 추가 득점의 물꼬를 트는 등 3타수 1안타를 치고 1득점했다. 류현진은 3-1로 앞선 4회초 선두 타자로 나가 컵스 왼손 선발 트레비스 우드의 시속 140㎞짜리 직구를 받아 쳐 중견수 앞으로 떨어지는 시즌 9번째 안타를 때렸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류현진은 올 시즌 투구만 잘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가 뛰었던 한국 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것"이라며 한화 시절 7년 간 방망이를 잡아 보지 않은 류현진의 타격 실력을 극찬했다.
한편 LA 다저스는 4일(한국시간) 4일 경기에서도 시카고 컵스를 3-0으로 물리치고 지난달 8일 샌프란시스코전부터 시작된 원정경기 연승 행진을 13경기로 늘렸다. 원정 13연승은 1924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기록한 12연승 이후 팀 최다 기록이다.
다저스는 원정 13연승을 내달리는 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애리조나, 워싱턴, 토론토, 컵스 등에 연달아 악몽을 안기며 승승장구했다. 또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시즌 60승 고지에 올라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성환희기자 hhsung@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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