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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8월 3일] 한국사회와 인식패러다임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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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8월 3일] 한국사회와 인식패러다임의 전환

입력
2013.08.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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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비용 300조'라는 공익광고가 나올 만큼 한국사회 갈등의 골은 깊고도 넓다. "한국인들은 매우 투쟁적이고 정치적"이란 일부 외국인들의 평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사회가 온갖 갈등과 대립으로 대단히 시끄러운 사회란 것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한국인들은 정치와 종교 얘기를 하면 반드시 싸우고, 축구와 군대 얘기를 하면 술잔 돌리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헌데 우리 정치인들은 왜 맨날 싸울까? 정말로 조선시대 '사색당파' 탓일까? '한많은 민족', '정치과잉'이란 진단도 있지만, 필자는 반드시 그리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는 인간사회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립을 일삼을 수밖에 없는 한국정치의 근본 구조와 '문제해결능력' 부족에 있다. 소위 '귀태' 논란 등은 차치하고, 국민들의 짜증지수를 더하고 있는 'NLL 국정조사' 관련 시비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극한의 대립정치가 과연 '정치과잉'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대립의 진짜 원인은 바로 '분단체제'이고 이로 인해 고질화된 이른바 보수ㆍ진보간의 이념격차이다.

'격차'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도 없다. '빈부 격차', '정보(디지털) 격차', '학력 격차', '이념 격차'…

정치적 사안이 아닌 '정보 격차' 하나만 하더라도 그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은 숙제다. 특히 노장세대와 청년세대간의 갈등은 대부분 여기에 기인한다. 정보의 양과 정보의 내용(메시지), 정보를 다루고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는 커다란 인식격차와 이념격차를 만들어낸다. 비록 같은 시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는 하나 알고보면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세계관, 심지어는 역사관마저 바꾸고 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간에 오늘의 우리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일각에선 뒤틀린 정치와 이념담론들이 유령처럼 떠다닌다. 이들의 시대착오적인 목소리가 올해도 대한민국의 땅과 하늘을 뒤덮고 있다. 부지런하고, 악착같고, 일 잘하는 한국인이지만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게 숨김없는 현실이다. 혹자는 말한다 "남북분단은 자칫 타락하기 쉬운 한국사회를 최악의 상태로까지 썩지는 않게 만드는 소금"이라고. 또다른 이들은 좀더 커다란 민족적 소명을 말한다. "온갖 갈등과 대립을 겪고난 후 (그 경험과 지혜로) 홍익인간과 인류공영의 실현에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것이 한민족의 소명"이라고.

민족적 소명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격차를 줄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아프다.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니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지수는 한 마디로 '바닥' 수준이다. 신뢰자본을 크게 증진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바로 인식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국가기록원 검증 현안에서도 보듯 지금은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모르고는 정치ㆍ사회를 논할 수도 없는 시대다. 이러한 인식전환의 기조 위에서 '정부 혁신', '대 국민 서비스', '공공부문 개혁', '기업규제 완화', '민간 자율' 등 우리시대의 정신과 가치를 현실 속에 하나씩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거대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 정당과 제도언론, 병원과 학교는 이미 쇠퇴일로에 있으며 정부와 국가의 힘도 이미 예전같지 않은 것이 오늘의 세상이다. 낡은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꿔야 한다. 높아진 개인의 가치, 개인의 힘을 잘 인식하면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유롭고 각성되고 영향력 있는 개인과, 정의롭고 합리적이면서 때론 따뜻하기까지 한 공동체의 하모니, 이것이 앞으로의 10년, 한국사회의 명운을 가르는 시금석이자 가늠자가 될 것이다.

김종구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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