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군표(59) 전 국세청장이 예상과 달리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인 '자수 전략'으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전 전 청장은 검찰 소환에 앞서 변호인을 통해 금품 수수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으며 1일 소환 당일에는 CJ 측에서 받은 명품 시계를 검찰에 제출했다.
전 전 청장은 2006년 7월 CJ 측에서 30만 달러와 명품 시계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세무조사 무마나 감세 등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청장 취임과 관련한 인사치레로 생각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사 대응 전략은 공교롭게도 2007년 검찰 수사를 받았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 전 전 청장은 지난 2007년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을 때에도 줄곧 혐의를 부인하다가 '자백할테니 자수로 처리해 형량을 줄일 수 있느냐'는 의사를 검찰에 타진한 바 있다.
형법 제52조(자수, 자복)에는 죄를 지은 후 수사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관이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절반까지 줄이는 '작량감경'을 할 수 있다.
전 전 청장의 자수 전략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구속을 피하고 최악의 경우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다툴 경우 양형 조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한편 전 전 청장과 김광준(52) 전 검사의 기구한 인연도 법조계에서 새삼 화제다. 과거 피의자와 검사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6년 만에 같은'영어의 몸'이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전 검사는 2007년 전 전 처장 사건을 수사해 실형 선고를 받아낸 부산지검의 수사 책임자였다. 그러나 김 전 검사는 유순태 유진그룹 부사장에게 3억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지난달 9일 징역 7년이 선고됐다. 현직 검사의 구속 기소는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만일 CJ그룹 측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 전 청장이 구속될 경우 두 사람은 서울구치소에서 한솥밥을 먹어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먼저 구속된 김 전 검사가 구치소 내에서 전 전 청장을 만날 경우 둘이서 어떤 모습으로 무슨 대화를 나눌지..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