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국화를 시사하거나 한국 국민들의 민도(民度)를 운운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내각 각료들의 상식을 벗어난 망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강한 일본'을 바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침략 행위와 개헌 등에 대한 '평소의 지론'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는 아베 내각에 과거 전범 후손들이 다수 발탁된데다 견제 세력의 실종, 전쟁 가능국가로의 진입 노림수 등이 맞물린 현상으로 보인다.
우선 각료들의 집안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침략 전쟁'개념 자체를 부정했던 아베 신조 총리의 외할아버지는 A급 전범 용의자로 수감 생활을 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다. 이런 집안 내력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를 동일시하거나 "전쟁은 일본만의 책임이 아니다"는 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 역시 증조부가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 1만 여명을 강제 징용한 것으로 알려진 아소탄광 창업주이다. 태평양전쟁 격전지였던 이오지마 전투에서 옥쇄작전을 지휘했던 구리바야시 다다미치(栗林忠道) 대장의 외손자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는 총무장관이다. .
문제는 예전 각료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애드벌룬 띄우기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의도된 망언을 했다면 아베 각료들은 주변국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지론'을 대놓고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은 31일 "지금 일본 정치인들이 '식민지는 도와준 측면이 있다' 식의 망언을 망언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자제시켜야 할 총리나 부총리 등이 앞장서서 우경화의 레드라인을 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군대 보유와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위해 자신들의 '오래된 생각'인 침략 전쟁을 본격적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7ㆍ21참의원 선거 압승 등'망언→우경화된 지지층 결집→선거 압승' 패턴이 현실 정치에서 통하고 있는 점도 아베 내각 우경화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여전히 지지율이 50% 중반 이상을 보이는 것도 자신감의 배경이다. 경기침체 이후 팽배해졌던 패배 의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강한 일본을 원하는 극우 목소리가 더 확대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이 우경화를 밟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아베 내각 들어 '개헌' '군사' '역사인식'에 대한 그간의 흐름이 짙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들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찬성 응답률은 두 달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민주당 지지율이 5% 정도에 그치는 등 과거 사회당과 같은 견제 세력이 실종된 것도 망언 폭주를 막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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