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이른 정책금융기관 개편 작업에 돌출 변수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책금융 개편 작업은 수출 중견·중소기업의 편의를 도모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수혜 당사자들이 오히려 자금 공급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 일부 원안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계획대로 통합되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현행 유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정금공)를 흡수하고, 수출입은행이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 무역보험을 떠안는 방향으로 정책금융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복병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산은과 정금공의 경우 두 기관이 재통합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의 산출기준인 기본자본(Tier1)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은과 정금공의 연결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은 26조4,000억원인데, 통합하면 이 수치는 19조6,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 줄어든다. BIS비율 10%까지 여신을 실행한다고 가정하면 통합 후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여력이 기존 78조9,000억원에서 49조8,000억원으로 29조1,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일자리 창출효과 계량화모형 논리도 가세하고 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자금 공급 여력이 29조1,000억원 감소할 경우 약 9만2,000여명의 신규고용 창출 효과가 상실될 수 있고,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 달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금공은 지난 2009년 산은에서 분리됐던 금융기관이다.
무역보험 일원화도 암초를 만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30일 "수출입은행은 자산건전성 규제를 받는 은행이라 위험도가 높은 해외사업 지원이 어렵다"며"지난 20여년간 무역보험공사에서 해온 중장기 무역보험 업무를 무역보험공사에 그대로 존치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을 일원화하려던 작업은 현재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위 TF 관계자는 "무역보험 일원화와 관련해서는 내부에서도 워낙 반대가 커 양 기관의 기능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보험공사측도 "수은에서 무역보험을 총괄했던 1992년에는 지원 실적이 1조8,000여억원에 불과했으나 무역보험공사는 현재 202조원에 육박하는 무역보험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책금융 개편과 관련, "정책금융체계 개편도 수요자인 기업의 관점에서 추진해 나가야 하고, 국가 전체 경제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향배 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1992년 무역보험 활성화차원에서 업무를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 분리했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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