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여 동안 이어져 온 삼성과 애플의 특허 싸움이 이번주 후반 최대 고비를 맞는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다음달 1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4건의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최종 판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또 백악관도 다음달 3일까지 아이폰4를 비롯한 애플의 일부 구형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결과에 따라 지리한 양사의 특허싸움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오히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내 수입금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ITC는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봤다. 그러나 애플이 침해를 주장하는 4건의 특허 중 '화면에 반투명 이미지를 제공하는 방식' 등 2건은 이미 미국 특허청이 무효라고 판정한 것들이어서, 이를 감안할 경우 ITC가 1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하지만 4건이냐 2건이냐는 차이는 있지만 ITC의 예비판정 자체가 최종 판정에서 뒤집어진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미국 내 수입금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해당 제품이 갤럭시S와 갤럭시S2, 넥서스10 등 구형인데다, 제품구성이 다양한만큼 일부 제품이 수입금지 되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또 ITC가 백악관에 수입금지를 요청하고 나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60일이라는 시간적 여유도 있다.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도 이번 주 판가름날 예정인데, 애플은 삼성보다 더 다급한 처지로 보인다.
ITC가 지난 6월 4일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함에 따라 60일인 다음달 3일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 기업인 애플의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금지를 하는 이유는 애플이 제품 중국 팍스콘 공장 등 해외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거부권을 꺼내 든 일이 한 번도 없어 수입 금지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아이폰4, 아이폰3GS, 아이폰3G, 아이패드1·2의 미국 내 반입이 불가능해진다. 대부분 구형 모델이지만, 아이폰4는 여전히 판매되는 제품이라 애플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양사의 특허 분쟁이 수입금지라는 극단적 형태로 전개되면서 극적인 화해 또한 멀지 않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0일 양사가 1년 전부터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특허 관련 법적 분쟁을 일괄 타결하기 위해 포괄적인 상호 특허 사용허가 계약을 애플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지난 2011년 2년 넘게 끌어 오던 노키아와의 특허 분쟁을 합의로 끝낸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비용이 워낙 막대한데다, 실제 판매·수입금지 조치를 당하는 제품 대부분이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구형 제품이어서 소송 실익이 없다는 점도 양사의 극적 타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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