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가 사상 최악 기름 오염의 재앙을 딛고 6년 만에 되살아났다. 해양수산부는 어제 태안 앞바다의 오염 정도가 2007년 12월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기 전의 수준을 회복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생태계를 순식간에 파괴한 해양 오염의 후유증이 수십 년 갈 것이라던 예상을 떠올리면 놀랍다. 수백만 자원봉사자가 인간 띠를 이뤄 바위틈의 기름까지 일일이 닦아내는 정성을 쏟은 결실이 아닐 수 없다. 새삼 우리 국민이 대견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올해 3월 조사한 결과, 태안 만리포 인근 바닷물의 수질과 유분 농도가 국제 수질 기준과 퇴적물 권고치 이하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사고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굴과 어류 등 수산물의 오염도 역시 정상이라니 오랜 삶의 터전을 잃고 시름에 겨웠던 어민들이 무엇보다 반길 일이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만리포 북서쪽 10㎞ 해상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이 충돌, 1만kl가 넘는 원유가 유출된 대재앙이다. 이 검은 재앙으로 생태계가 파괴된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삶도 무너졌다. 오염 피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주민은 11만 명에 청구 금액은 3조5,000억 원에 이른다. 태안 일대의 관광객과 수산물 소비가 50% 이상 줄어드는 등 피해를 이루 다 따질 수 없을 정도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환경 재앙은 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재난으로 발전한다.
다행히 태안 앞바다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으로 예상보다 빨리 원상을 되찾았다.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발데즈호 사고 현장 주변에서는 아직도 기름띠가 발견된다고 한다. 그러나 태안 주민들의 소송은 '허베이 특별법'에 따른 신속한 재판에도 2015년 3월에나 끝나고 배상액도 많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다시는 태안과 같은 재앙과 참상을 겪지 않으려면 재난 예방과 대응 체제를 갖추는데 힘써야 한다. 고질적 '안전 불감증'이 남긴 태안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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