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연대 대표라는 이가 스스로 예고한지 하루 만에 서울 마포대교에서 한강에 투신, 며칠이 지나도록 실종 상태다. 중부지방의 장맛비로 물살이 세진 탓에 경찰이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이끌던 남성연대의 부채 해결과 운영 경비 마련을 위해 1억 원을 모금하겠다며 황당한 퍼포먼스를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 딱하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당사자가 트위터를 통해 한강 투신 퍼포먼스를 예고하자, 많은 이들이 안전을 걱정하는 한편에서도 일부는 그를 비아냥대며 자존심을 자극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고 한다. 그 때문에 결국 그가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투신을 감행했다 죽음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지각없는 이들이 그의 투신과 죽음을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현장에서 방송사 기자가 투신 장면을 버젓이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고된 퍼포먼스라지만 목숨을 잃을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채 '특종 취재'에 매달린 셈이다. 현장에는 남성연대 관계자들도 지켜보고 있었다니 취재 기자들만 '자살 방조'라고 비난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인과 달리 공익을 위한 보도 업무를 수행하는 기자로서의 자세와 윤리 의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 사건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사회 일각의 '엽기 풍조'와 함께 흥미를 자극하는 선정성에 매달리는 방송의 그릇된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 점에서 개탄할 만하다. 트위터로 투신 장면을 중계하고 방송은 이를 현장 취재했으니 리얼리티 쇼를 방불하게 한다. 만약 이게 당초 의도한대로 그저 엽기적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당사자는 용감한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터넷에 부각됐을 법하다. 또 방송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대단한 특종이라도 한 것처럼 아슬아슬한 장면을 되풀이 방송했을 것이다. 공영 방송부터 본분을 깨닫고 그릇된 취재와 보도 관행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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