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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원의 '삶&삶'/7월 29일] 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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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원의 '삶&삶'/7월 29일] 돈이 뭐길래

입력
2013.07.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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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유명 드라마 '모래시계'를 연출한 거장 김종학 감독이 자살한사건이 있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몇 년 전 전직 대통령도 자살했다. 부정부패를 저질러 추징금을 내지 않아 곤욕을 치르는 전직 대통령도 있다. 재벌 회장들도 구속되어 있다. 사업 실패로 자살에 이르고 권력이나 명예가 한 순간에 추락하고 사기나 살인에 이르기까지의 온갖 범죄의 근원도 '돈'이라는 욕망의 응달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랑과 평화와 같은 삶의 가치도 돈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돈을 통해 인간 행위가 저울질되고 인간 관계가 규정된다. 심지어 부모와 자식 사이, 형제 자매 사이에도 재산분할 등 돈 때문에 갈등과 분쟁을 일으킨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도 경제력에 달려있다. 도대체 돈이란 무엇이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돈은 교환수단이나 축적수단 이상의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돈은 힘의 원천이며 위력은 엄청나다. 돈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각종 재화를 가질 수 있게 해주어 편안함과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돈이 없으면 하루도 제대로 살 수 없다. 돈은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게 해주며, 원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용한 기초적인 수단이다. '돈'이 삶의 목적은 아니지만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돈의 과다로 인하여 그 인격적 가치나 노력에 무관하게 부자와 빈자가 규정되고 상반된 생활을 하고 있다.

가진 자들은 과소비에 탐닉해 있고 가지지 못한 자들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삶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 격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가난은 단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재난이며 내리누르는 짐으로 인간이 행복하게 되는 데 있어서 큰 적으로 간주된다. 가난은 자유를 파괴하고 미덕의 실천을 어렵게 만들며 어떤 미덕은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면서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가난하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므로 고결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가난을 피해야 한다.

돈은 삶의 영양소이자 윤활유이지만 탐닉하면 탐욕, 부정부패와 같은 악습이 나타난다. 악의 뿌리는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에 대한 집착이다. 돈이 삶의 목적이 되면 노예처럼 돈에 종속되면서 너그러운 삶과 행실을 갖지 못하고 돈을 쫓아다닌다. 돈은 짠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른 것처럼 돈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더 많은 돈을 갈구하게 된다. 돈에 종속되거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가진 돈에 자족하면서 검약해야 한다.

검약이란 검소하고 절약하는 것으로 돈이 있지만 절제하는 것이다. 검약의 기본은 인색함과 궁색을 떠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며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때, 제대로 쓰는 것이다. 검약은 자기 한도 내에서 절약하는 가운데 꼭 필요한 곳에 쓰고 저축할 줄 아는 삶의 자세다. 검약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구를 참는 능력을 의미한다. 돈이 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여력이 생기므로 검약은 선행의 토대이다.

인간의 품성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잘 나타난다. 관대함, 자비심, 공정함, 정직함, 준비성은 돈을 잘 쓰는 결과이다. 반대로 탐욕, 인색함, 무절제, 방탕함은 돈을 잘못 쓰는 데서 비롯된다.

돈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훌륭한 자질이다.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남과 주고받고, 빌려주거나 빌리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기준과 방식을 올바르게 확립해야 한다.

돈 때문에 삶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어떤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주변을 살펴보고 자신도 그렇지 않는지 성찰해 보라. 돈을 삶의 목적으로 생각하고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인간화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돈을 우상으로 받들지 않고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윤문원 작가 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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