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형이 안타를 못 쳐서 아쉽다.""(류)현진이가 경기를 지배했다."
결과를 배제하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한국인의 축제였다. 류현진(26ㆍLA 다저스)은 추신수(31ㆍ신시내티)에게 안타를 맞지 못해 서운해했고, 추신수는 그런 류현진의 등을 두드려 줬다.
발 디딜 틈 없는 교포의 행렬과 두 선수를 응원 차 방문한 '월드스타'싸이, 그리고 바다를 건너간 수 많은 국내 취재진이 어우러진 다저스타디움은 미국 한 복판에서 열린 한국 야구의 축제였다.
남가주 한인야구협회는 평소 류현진 경기 때보다 배가 많은 1,000장의 입장권을 확보했으나 이미 지난 주에 동이 났다. 일찌감치 매진이 된 5만2,675석 가운데 한인 팬만 1만여 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중석에는 'Ryu'나 'choo'가 새겨진 유니폼과 응원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 등 국내 야구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연출됐다. 화면에 모습이 드러나자 쑥스럽게 일어난 싸이는 히트곡 '강남 스타일'이 울려 퍼지자 신나는 '말춤'으로 화답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야구계와 언론, 교포, 그리고 국내 야구팬들을 설레게 한 코리안 빅리거의 투타 맞대결은 '아우'류현진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만난 추신수는 류현진을 보자 마자 "너 직구 안 던지냐"고 장난스럽게 따져 물었고, 류현진은 "왜 처음에 직구 던졌지 않냐"고 받아 치면서 "형, 옷이 멋지다"고 뜬금 없는 애교를 부려 회견장 분위기를 녹였다. 그라운드에선 '적'으로 만났지만 영락 없는'형과 아우'의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20번째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1개만 허용하고 1점으로 상대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2회 선두타자 제이 브루스에게 밋밋한 직구를 던졌다가 우월 솔로홈런(시즌 11번째 피홈런)을 허용한 것이 옥에 티였다. 삼진은 9개로 빅리그 데뷔 100개째(105개)를 돌파했다.
역대 15번째로 벌어진 한국인 투수와 타자 대결에선 추신수를 2타수 무안타로 막아 판정승을 거뒀다. 1회 첫 대결에서 추신수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3회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을 던져 1루 땅볼로 잡았다. 추신수는 경기 후 이 대목을 상기하며 "(류)현진이가 그 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던진 적이 없었는데 당황했다. 직구 타이밍에 맞추고 있다가 방망이가 나갔다"고 말해 류현진에 대해 치밀한 전력 분석을 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류현진은 6회에도 원 바운드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져 추신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3-1로 앞선 7회말 공격에서 대타 제리 헤어스턴으로 교체됐다. 팀이 4-1로 승리하며 류현진은 후반기 2연승과 함께 9승(3패)째를 올렸다. 평균자책점도 3.25에서 3.14로 낮췄다.
추신수는 류현진에게 2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3타수 무안타에 머물러 시즌 타율이 2할8푼5리로 약간 떨어졌다. 류현진과 추신수는 9월 7∼9일 추신수의 홈인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두 번째 맞대결이 예상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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