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회사채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기업 수가 지난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건설 조선 해운 업체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STX그룹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8일 나이스신용평가와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나이스신용평가가 회사채(무보증 선순위 회사채 기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기업은 총 17곳(잠정)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상반기에 25개사의 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후 가장 많은 것이며, 이듬해인 2004년 상반기 17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하향 업체 수에는 경기가 어려울 때 늘어나는 부도기업(D등급) 수가 제외된 데다 올해 유난히 많았던 신용등급 전망이 조정된 사례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이들 사례까지 합치면 강등 업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강등된 업체 수가 이처럼 많았던 이유는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해운 업종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또 태앙광 업종에서도 업황 부진으로 등급이 강등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기업은 21개사로, 하향 조정된 업체 수보다 많았다. 이는 2011년 상반기(27개사)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연간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업체 수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을 제외하면 매년 하락 업체 수보다 많았다. 1998년에는 상향 업체가 3개사로 하락 업체 수(55개)에 크게 못 미쳤고,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에는 상승이 31건, 하락이 30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었다.
올 상반기 하향 조정 업체 수가 늘어나면서 신용등급 상향업체 수를 하향업체 수로 나눈 상승/하락배율도 1.24로 집계돼 2009년 상반기(1.18)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신용평가뿐 아니라 해외 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작년 4분기 포스코에 이어 올해 들어 KT, 이마트, GS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 일반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S&P의 상승/하락배율도 작년 4분기 이후 줄곧 1을 밑돌고 있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기가 회복되면서 등급 상승 우위가 지속됐으나 최근 경기 침체로 기업실적이 부진해지면서 등급 상승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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