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국 소득 없이 끝났다. 남북 양측은 어제 6차 회담에서도 타협에 실패, 다음 회담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 게다가 북측 수석대표는 회담 결렬 뒤 "남측과의 협력 사업이 파탄나면 개성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고 육로도 영영 막힐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측의 이런 태도로 미뤄 볼 때, 개성공단은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는 한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우리 측은 북측의 책임 인정과 확고한 재발 방지 보장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책임을 떠넘긴 채 조속한 재가동을 고집, 끝내 회담이 결렬됐다. 그 직후 북측 수석대표는 "개성공업지구는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며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또 자신들이 제시한 합의서 초안 등을 우리 기자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우리 대표단에게 "백수건달들"이라고 막말까지 퍼부었다고 한다.
북측의 막된 행동은 애초 조건 없는 정상화가 아니면 타협할 뜻이 없었음을 드러냈다고 볼 만하다. 당초 당국자 간 회담이 무산된 뒤 북측이 실무 대화에 쉽게 합의해 기대를 갖게 했으나 역시 진정한 타협 의지는 없었던 것이다. 북측 대표의 위협을 대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상당기간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 내부의 논란부터 줄이는 것이다. 북한은 2007년 공단이 문을 연 뒤 한미 연합훈련 등을 빌미로 입주기업을 볼모로 삼고 공단 폐쇄를 무기화하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얼마간의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여론도 대체로 지지한다. 따라서 무작정 정상화를 주장하며 정부를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쓸모도 없다. 그보다는 입주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에 함께 신경 쓸 일이다.
남북 경협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 국민 다수도 그걸 바란다. 그럴수록 남북 관계를 길게 내다보고 북한이 그릇된 행태를 바꾸도록 해야 한다. 대화의 계기는 다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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