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5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증발 사태에 대해 검찰 고발이라는 강수를 뒀다. 당초 ‘여야 합의에 의한 검찰 수사의뢰’를 거론하며 다소 미적대는 듯하다가 예상보다 빠르게 단독으로 검찰 고발 카드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선 검찰 수사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별검사 도입을 일축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새누리당은 회의록 실종을 ‘명백한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집에서 물건을 도난 당하면 피해 신고를 하듯이 정치권이 자꾸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 수사 전문가들이 밝혀달라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초(史草) 증발’ 사태를 누군가에 의한 ‘절도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문서를 폐기했는지, 절도했는지 팩트(사실)에 관한 수사인데 도둑질한 것도 여야 합의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범죄 혐의가 있으면 (검찰이) 수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야 합의로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고 주장하는 것을 반박한 것이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이니 뭐니 해서 수사에 발목 잡을 때가 아니다”라며 “검찰 수사는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건에 얽힌 의문을 규명할 유일무이한 방법으로 역사를 바로 찾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서도 “여러 증거 및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회의록은 폐기, 은닉되었을 개연성이 높다”며 “은닉, 폐기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사초 증발 사태를 범죄의 결과라고 규정하고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낸 것은 회의록 증발 경위를 신속히 밝혀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진실 규명은 검찰에 맡기고 정치권의 소모적 공방은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새누리당은 또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친노 그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문 의원은 커튼 뒤에 숨어 트위터만 하지 말고 당당히 나와 사초 실종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문 의원과 참여정부 기록물 담당자, 봉하마을 관련자 등을 조사 대상자로 지목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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