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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7월 25일] 모래시계와 같은 김종학 PD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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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7월 25일] 모래시계와 같은 김종학 PD의 삶

입력
2013.07.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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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으로 국내 드라마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김종학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평 남짓한 고시텔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세상과 말없이 작별을 고한 것이다. 감각적인 연출력이 돋보인 대작 드라마로 짙은 감동을 안겨준 인물이기에 그 죽음조차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가 왜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최근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에 먼저 눈길이 간다. 그것도 배임·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니, 명성과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겉으로는 인기 드라마 제작으로 늘 전성기를 누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혼자서 말 못할 어려움과 고뇌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돌연한 죽음은 올해만도 드라마 '아이리스'의 공동 제작자를 비롯한 연예 제작자 여러 명이 잇달아 목숨을 끊은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 배경에는 대개 방송계의 요지경 같은 외주 제작 관행이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외주 제작자들이 만든 드라마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편성되기 위해서는 출혈 경쟁을 무릅써야 한다. 웬만한 스타급 출연자의 몸값이 드라마 1회에 많게는 1~2억 원까지 치솟은 반면, 방송사에서 지급하는 제작비는 턱없이 모자라 견뎌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간접 광고와 협찬으로 일부 제작비를 충당하고 더러 대박을 터뜨리면 해외 판권 등으로 수입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개 빈껍데기만 남아 빚더미가 쌓이는 실정이라고 한다.

현재 '신의' 등 9편의 지상파 드라마에서 출연료와 스태프 보수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것이 다 이런 사정 때문이다. 대박을 노리는 외주사의 한탕주의 경영도 문제지만 방송사에게만 유리한 외주 제작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검토해온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김종학 PD의 죽음을 부른 그릇된 관행이 사라지기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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