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클라레 저그'는 40대 골퍼의 몫이었다.
올해 43세인 필 미켈슨(미국)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미켈슨은 22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링크스(파71ㆍ7,192야드)에서 열린 제142회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를 적어낸 미켈슨은 선두와 5타 차의 열세를 뒤집고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미켈슨은 "그 동안 링크스 코스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샷을 날렸다"며 기뻐했다.
2009년 유방암 진단을 받아 병상 신세를 진 아내 에이미를 비롯해 어맨다, 소피아, 에번 등 세 딸이 총출동해 아빠의 우승을 현장에서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미켈슨의 가족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2009년 디 오픈을 앞두고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3개월간 투어 출전을 중단했다. 지난달 US오픈에서는 큰 딸 어맨다의 졸업식을 참석하느라 1라운드 경기 당일 새벽 비행기로 대회 장소에 도착하는 부성애를 보이기도 했다.
40대 베테랑들, 브리티시 오픈 3년 연속 정복
브리티시 오픈 20번째 출전만의 첫 우승을 차지한 미켈슨은 우승 상금 95만4,000파운드(약 16억2,000만원)와 함께 은으로 만든 술 주전자인 '클라레 저그'를 받았다.
마스터스에서 3승(2004년, 2006년, 2010년), PGA 챔피언십 1승(2005년)을 올렸던 미켈슨은 통산 다섯 번째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US오픈 우승 컵만 수집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코스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브리티시 오픈은 3년 연속 40대 챔피언을 배출했다. 2011년에는 대런 클라크(45ㆍ북아일랜드), 2012년에는 어니 엘스(44ㆍ남아공)가 '클라레 저그'를 들어 올렸다.
미켈슨은 지난 100년간 열린 메이저대회에서 마지막 날 5타 차 이상 열세를 뒤집고 3타 이상으로 우승한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미켈슨이 기록한 66타는 2000년 이후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작성한 4라운드 최저 타수이기도 하다.
미켈슨은 이날 발표된 세계 골프랭킹에서 8.63점을 받아 5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1위는 12.64점을 기록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5타 차 역전 드라마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보다 5타나 뒤졌던 미켈슨은 12번홀까지 1타 밖에 줄이지 못해 우승권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13번홀(파3)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미켈슨은 선두권 선수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사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미켈슨은 17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시킨 뒤 2퍼드로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2타로 벌렸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미켈슨은 3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낸 뒤 우승을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나서 21년만에 잉글랜드 챔피언 탄생의 기대를 모았던 웨스트우드는 마지막날 4타를 잃고 아담 스콧(호주), 이언 폴터(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3위(1오버파 285타)에 자리했다. 2위는 이븐파 284타를 친 헨릭 스텐손(스웨덴)이다.
통산 15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렸던 우즈는 공동 6위(2오버파 286타)까지 밀렸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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