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넘긴 시니어 기사들의 공통적인 약점은 후반에 접어들면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바둑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초반 진행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중반 이후 김동엽의 착수가 조금씩 정곡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김동엽이 1로 씌워 좌하 방면을 크게 키우려 하자 오유진이 서둘러 2로 삭감을 시작한 건 당연하다. 한데 이때 흑이 얌전히 3, 5로 물러선 건 약간 의외다. 지금은 일단 흑A로 차단해서 강력히 반발하고 싶다. 김동엽은 당시 형세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참았겠지만 8까지 흑 두 점이 알기 쉽게 제압당해서 제법 손해가 컸다.
그래서일까. 김동엽이 잠시 후 상변에서는 9, 10 때 흑 한 점을 포기하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무리한 것 같다. 11, 13을 희생타로 삼아 19까지 중앙 쪽으로 머리를 내밀었지만 주변 백돌이 너무 튼튼해서 아직도 흑 전체가 불안한 모습이다.
가 이후의 실전 진행인데 1부터 7까지 사전공작을 거친 다음 8 때 9로 내려서는 게 선수여서 그래도 다행히 13부터 19까지 우측 아군과 연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흑 대마가 겨우 목숨만 건졌다는 것 뿐, 그 과정에서 왼쪽 흑돌들이 고스란히 백의 수중에 들어갔으므로 여기서도 흑이 적잖이 손해를 봤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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