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도, 삼성의 갤럭시S도 아니다. 캐나다 회사 리서치인모션(RIM)이 제작한 블랙베리다. 2008년 대선 때부터 블랙베리 애호가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의 영향도 적지 않았겠지만, 블랙베리 자체가 뛰어난 보안성과, 자판이 있어 업무를 보기 편한 장점 때문에 미 관가 및 정계 인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한 때 스마트폰 시장의 50%를 점하던 블랙베리가 '구닥다리폰'으로 전락하면서 지난해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보안문제 때문에 여전히 블랙베리를 고집하던 백악관이 관용휴대폰을 아이폰으로 바꿨다. 오바마 대통령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아이패드로 업무를 보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 연방수사국(FBI)와 해군을 시작으로 미 정부기관의 스마트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력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가 자사의 스마트폰을 FBI 및 해군에 각각 공급하는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며, 마무리 단계라고 19일 보도했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미 정부기관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쓰이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사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 스마트기기들은 아메리카항공을 비롯해 미국 기업 시장에서 폭 넓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보안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미국 정부기관 공략을 위해 블랙베리의 고위 임원과 업계ㆍ학계의 보안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제품의 보안 강화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지난 5월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미국 국방부로부터 보안 인증을 받았다. 당시 미 국방부는 보안 소프트웨어인 '녹스'(KNOX)를 탑재한 갤럭시S4 등 삼성전자 제품이 국방부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 한 소식통은 FBI와 해군에 공급될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기에 녹스가 전부 설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BI와 해군의 제품 주문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이번 계약 건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미 정부기관에 제품 공급을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 내 다른 정부기관들과 보안에 민감한 기업들에게도 삼성 제품이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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