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찾아나선 가운데 일가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채권이 추징금 환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채권은 그림이나 불상 등 검찰이 확보한 압수 물품에 비해 자금의 출처와 유통 경로를 파악하기가 그나마 좀더 쉽기 때문이다. 검찰은 채권자가 표시되지 않은 무기명 채권에 대해서도 자금 출처를 끝까지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채권을 발견했지만 환수에는 실패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남 재용(47)씨 소유의 73억5,500만원어치의 채권이다. 검찰은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하던 중 재용씨가 갖고 있던 167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발견했다.
당시 재용씨는 “외조부가 결혼축의금을 투자해 불려준 돈”이라고 주장했으나 증여세 포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73억원은 ‘전두환 비자금’으로 판명됐다.
자금 출처가 법원 판결로 명확히 드러났지만 추징금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검찰이 채권의 소유권을 전 전 대통령에게 되돌리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6∼2007년에는 재용씨와 아들들의 계좌에 41억원 어치의 무기명채권이 현금으로 바뀌어 유입된 사실이 포착됐다. 그러나 이 돈의 출처가 전 전 대통령이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는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전 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 이른바 ‘묻지마 채권’으로 불리는 무기명 장기 채권을 무더기로 매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4년 실체가 밝혀진 재용씨의 채권 가운데 전 전 대통령 측근들이 관리한 20억원이 무기명 채권으로 돈세탁된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 친인척들이 만기가 도래했지만 미처 현금화하지 못한 채권을 상당량 갖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그간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런 채권들을 확보했다면 원칙적으로는 추징금으로 환수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재산을 관리하면서 다양한 ‘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출처를 얼마나 명확히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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