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대화가 있다. (A) 신은 존재한다 (B) 그걸 어떻게 아나 (A) 성서에서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B) 왜 성서를 믿어야 하나 (A) 성서는 하나님이 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화는 '돌고 도는 말꼬리 잡기'다.(circle in proving, circular reasoning)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주장할 때 영어로는 'You're begging the question'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당신은 논점을 구걸하는군요'이지만 끝없이 말도 안되는 질문으로 상대를 공격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고의로 논쟁을 일으켜 엉뚱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한 야당 인사가 대통령이 없는 자리에서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과 여당 측에서 '당신'이란 용례가 막말이라고 비난하자, 언론에서 그대로 받아쓰면서 '당신=막말'이 되어 버렸다. 이는 논리학자들이 말하는 '전제와 가설의 오류'( Informal fallacy)이고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다. 따져봐야 할 논점을 미리 결론처럼 정하고 그걸 근거로 논쟁을 시작해 싸움을 거는 것이다.
그런데 국어 사전 어디에도 '당신=막말'이라는 풀이는 없다. 몇 가지 용례를 살펴보자. 3인칭식 언급으로 '신이시어 당신의 뜻을 펴소서' '모친께서는 당신은 살피지 않으시고 자식만 챙기셨다'가 있고, 2인칭의 경우 부부간에 '당신 의견을 존중해요'라고 말한다. 여기엔 어디에도 비어나 하대, 비존칭의 뜻이 없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면전에서 싸울 때 '당신'이라고 부를 때인데, 그때도 '너' '야'와 같은 막말은 아니다. 영어에서는 대통령 앞에서도 YOU, 아버지 앞에서도 YOU, God앞에서도 YOU 하면 그만이기에 편리한 면이 많다. 존칭어가 발달한 우리 말에서는 전후 맥락과 그 말의 용법을 보면 비하인지 존칭인지 알 수 있다. 막말이 아닌 것을 막말이라고 결론을 내고 그러니까 사과하라는 것이야말로 '억지 전제이고 전제의 오류'이며 'You guys are begging the question'의 전형이다.
NLL 발언이 영토의 포기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24%이고, 포기가 아니라는 하는 국민이 53%여서 대다수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정부 여당만 생트집이다. 이것은 가치의 충돌도 합리적 토론도 아니며 혹 상황이 불리하니까 사건을 만들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저의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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